어느 은퇴자의 슬기로운 은퇴 이야기 [금진호의 경제 톡톡]

어느 은퇴자의 슬기로운 은퇴 이야기 [금진호의 경제 톡톡]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한국연금개발원 연구위원)

기사승인 2021-12-06 12:58:43
금진호 연구위원
필자는 은퇴설계에 대한 강의를 종종 한다. 얼마 전 교회 지인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공통의 화제가 ‘은퇴 후 할 만한 일이 있는가?’ 하는 주제가 주를 이루었다. 대략 나이가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여기서 나온 공통의 이야기는 고용노동부의 ‘내일 배움 카드’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사람과 금강 유역 환경청에서 실시하는 ‘환경 지킴이’ 채용, 그리고 ‘장애인 활동 지원사’ 등 같은 자격증에 대한 주제다. 필자도 강의하면서 현장에서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우리나라 60~70대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대체로 할 만한 일이 없거나 편안하지 못한 노후생활을 하고 있다. 젊을 때 노후준비를 한 것이 별로 없고 노후준비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도 아주 드물다. 그래서 정년을 앞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준비하는 실천을 해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은퇴준비를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저 건강하고 연금이 좀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은퇴 기간은 20~30년에 이를 정도로 아주 길기에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나는 음악을 굉장히 즐겨 듣는다. 얼마 전 오랫동안 갖고 있던 오디오의 튜너(마란츠 125)가 고장이나 튜너를 수리하려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리할만한 곳이 없다. 내가 지방에 사는 이유도 있겠지만 20년 전에 거금인 100만 원을 주고 산 50년 된 명기라 꼭 고치고 싶었다. FM에서 흘러나오는 두툼한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클래식 음악은 CD로 듣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금은 이런 라디오를 통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오래된 튜너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다행히 인터넷을 통해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곳을 찾고 방문하였다. 70대의 어르신인데 전자회사 개발실에 다니다 은퇴하니 집에 있기가 무척 불편하고 힘들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런 전자제품 수리하는 작은 가게를 열었다는 것이다. 수리비도 아주 저렴하게 받고 완벽히 고쳐 주셨다. 참으로 감사하다. 

또 나는 LP를 통해 음악을 듣곤 한다. 80년대 대학 다닐 때부터 모은 LP가 아직도 있고 이런 LP를 턴테이블 위에 올리고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따뜻하게 들린다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나는 요즘 유튜브에서 ‘LP 대부’라는 애칭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를 알게 되었다. 이분은 우리나라에서 LP를 가장 많이 소장한 70대의 유튜버로 약 5만 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분은 유튜버를 시작한 게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는다. 본인도 은퇴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시작했다고 한다. 이 취미로 모은 LP들을 소개하고 희귀 음반부터 가수별 시리즈로 보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분은 자신의 집(원주)에 LP 박물관을 만들어 찾아오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다. 

은퇴 생활은 한마디로 말하면 ‘자기 주도형’으로 살아야 한다. 자신이 잘하는 일이나 취미를 통해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활력과 자존감을 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렇듯 은퇴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할 일이 있다. 우선 은퇴 이후에도 인간관계를 넓혀야 한다. 건강한 은퇴생활과 노후를 즐기려면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갖는 일이다. 노인학에 따르면, 은퇴 후에도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종교, 취미·여가, 학습, 봉사 등을 주제로 하여 만난 사람들을 새로이 사귄 친구들이다. 이들은 학연, 지연, 혈연을 중심으로 사귀는 예전의 친구들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친구가 늘어나는 만큼 노년의 삶이 풍성해진다. 

그다음으로는 자신에 맞는 일거리를 찾는 일이다.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내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힘든 일을 해도 재미가 있다. 일거리가 소득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 봉사, 자기계발 등 모든 곳에서 일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현재 은퇴 생활에 들어선 분들은 대부분 앞만 보고 달려온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제대로 된 취미·여가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며, 남을 위해 봉사해본 경험도 거의 없는 세대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변한 세상에 적응을 빨리하는 사람이 행복한 노후를 즐기게 된다. 

우리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다. 삶을 좀 더 보람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삶의 목표를 세우고 나가야 한다. 인생의 마무리를 잘 준비하는 은퇴설계란 개개인의 삶의 끝을 준비하는 것이다. 나의 생애 마지막 단계까지 준비하는 것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은퇴설계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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