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데뷔하는 K팝 걸그룹 하이키(H1-KEY) 태국인 멤버 시탈라가 자국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아버지가 생전 군사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소속사 측은 “이번 사안으로 상처 받고 고통 받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시탈라를 데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부친 행적 이유로 불이익 줄 수 없어”
하이키 소속사 그랜드라인 그룹(GLG)은 8일 낸 입장문에서 “이미 고인이 된 부친의 행적 등을 이유로 시탈라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시탈라를 하이키 멤버로 데뷔시키겠다는 의미다. 소속사 측은 “고인이 된 시탈라 부친의 과거 행적과 당시 미성년자였던 시탈라에게 부친이 미쳤던 영향, 그리고 현재도 성장 중인 시탈라에 대해 두루 살폈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탈라 자신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 행위까지 책임지게 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탈라가 아버지를 롤모델로 꼽은 것을 두고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예술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의미한 것일 뿐, “아버지의 정치적 행적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온라인에선 시탈라가 K팝 그룹 멤버로 데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SNS 이용자들은 ‘시탈라를 보이콧한다’는 의미로 해시태그 ‘BANSITALA’를 공유했다. 심지어 하이키 팬덤마저 소속사 측에 “한국과 해외 팬들, 특히 태국 팬들이 시탈라 문제에 우려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며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시탈라 아버지 과거 행적 어땠기에…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탈라의 부친이자 배우 겸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사라뉴는 2006년과 2014년 각각 탁신 총리와 잉락 친나왓 총리를 전복시킨 반정부시위에 참여했다. 일부 시위에는 미성년자였던 시탈라도 함께 참석했다. 당시 반정부시위는 군부 쿠데타를 불러온 원인이 됐고, 태국에서는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오늘 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국에서는 시탈라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방콕포스트는 7일(현지시간) 낸 기사에서 “하이키와 시탈라를 보이콧하자는 온라인 캠페인이 지난주 폭발했다”면서 “시탈라의 부친이 지지한 독재 정권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투옥된 상황에서 시탈라에겐 꿈을 따를 자격이 없다고 누리꾼들은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홍콩 언론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탈라가 명문대를 졸업하고 K팝 가수로 데뷔하는 동안, 태국의 청년들은 시탈라 가족의 행동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태국 누리꾼의 의견을 인용했다. 반면 “(시위 참여 당시) 시탈라는 어리고 순진했다. 그저 부모의 의견을 따랐을 것”이라며 그를 옹호하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응원 부탁”…소속사·누리꾼 ‘동상이몽’
소속사는 “시탈라는 커져버린 모국 내 논란과 현 상황에 마음 깊이 아파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태국의 현실을 보다 정확히 직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시탈라는 자신의 목표 중 하나로 태국의 국가적 위신을 높이고 태국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돌려주고 싶다고 늘 말해왔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낯선 타지에서 지금까지 씩씩하게 노력해온 친구”라며 “시탈라가 사랑하는 태국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답할 수 있도록 부디 많이 응원해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말했다.
다만 이런 호소가 K팝 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속사가 입장을 낸 후에도 온라인에선 스틸라 데뷔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트위터 이용자(@WHIT*******)는 “시탈라가 꿈을 위해 타국에서 노력했다니. 많은 태국 국민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나라를 떠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Life******)는 “시탈라뿐 아니라 하이키 전체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