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당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며 ‘거대 여당’의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우선 쇄신을 위해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를 가동한다.
이 후보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온스테이지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이 지금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만든 일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그는 “위성정당이라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여야가 힘들여 합의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실제 한 번 작동도 못 해보고 후퇴해버린 듯하다”며 “국민들의 주권 의지가 제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위성정당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당장 국민들의 변화 요구가 높다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며 듣는 얘기가 ‘민주당이 매우 늦어진 것 같다, 기득권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라며 “국민께서 느끼기에 많은 의석을 갖고 당면한 과제를 신속·과감하게 처리해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에 충분히 못 미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타협을 통해 일정한 합의와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고수하기 위한 발목잡기, 성과 내는 것을 방해해서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행태라면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극복을 위해 다수결 원칙이란 원리도 작동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혁신위를 향해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이번에 충분히 논의해 가시적 성과를 내 주길 기대한다”며 “많은 국민이 민주당이 변화한다고, 새로운 모양으로 거듭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당내 민주화’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정당의 주인은 당원인데 당원 의지가 제대로 반영된 정당인지에 대해선 매우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정당 민주화를 위한 제도 개혁도 충분히 논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정치 불신의 원인이 된 정치 개혁 과제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며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드디어 민주당이 변하는구나, 이제와는 다르게 새로운 모양으로 거듭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혁신위원들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논의와 의제 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위 위원장을 맡은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과감하고 날렵한 개혁이야말로 민주당의 역사이며 이재명 정신”이라며 “스마트 정당, 시스템 정당으로 발전해 온 민주당은 2022년형 데이터 정당으로 거듭나겠다. 비례정당 창당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앞으로의 방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생인 김어진씨(2002년생)도 혁신위원으로 임명돼 주목을 받았다. 김 씨는 “저도 많은 분들처럼 특권과 불공정을 보며 분노와 울분을 느꼈다. 국민의 눈치를 살피고 진심을 보여주는 정치가 제가 보고 싶은 정치다. 혁신위로 활동하며 국민이 바라는 정치,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혁신위 자문위원을 맡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에 “앞으로 혁신위를 통해 다양한 발표들이 있을 것”이라며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