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쇼는 계속된다

그래도 쇼는 계속된다

기사승인 2021-12-10 06:30:01
가수 나훈아 공연 포스터.   예스24 제공.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7000명대까지 올랐지만, 가요계는 차분히 예정된 공연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점휴업’ 상태로 버텨온 지 어언 2년여. 이제 더는 쇼를 멈출 수 없다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가장 관심 받는 공연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가수 나훈아의 ‘어게인 테스형’ 콘서트다. 애초 지난 7월 열려던 공연이었으나 당시 4차 대유행이 시작돼 일정을 미뤘다. 공연이 열리는 벡스코는 정규 공연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곳이지만, 나훈아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받아 회당 4000석, 총 2만4000석(6회) 규모로 공연을 개최한다.

부산경남미래정책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실내공연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주최 측은 흔들림 없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관객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모두 마쳤거나, 공연 시작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시해야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다. 함성이나 구호, 합창 등 침방울이 튈 수 있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당초 좌석 2개당 1칸씩 띄우려던 좌석 간 거리두기 방침도 좌석 1개당 1칸 띄우기로 변경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공연을 계획 중인 K팝 기획사들은 ‘방역친화적 응원법’을 고안해내느라 바쁘다. 가수 김준수는 오는 17~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스케치북과 사인펜을 지급하기로 했다.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함성이나 구호 대신 글로 적어달라는 취지다. 김준수가 즉석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소원을 이뤄주는 ‘지니타임’ 이벤트도 사전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기로 했다. 소속사 팜트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 분들께서 함성·구호 없이도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팝 콘서트.   KBS 제공.

대중음악 공연 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장 척박해진 생업지 중 하나다. 방역 당국이 ‘대중음악 공연은 떼창과 환호로 인해 비말(침방울)이 전파될 우려가 높다’며 뮤지컬·연극 등 타 장르 공연보다 엄격한 집합 금지를 적용해서다. 업계 종사자들은 대중음악 공연에서 코로나19 확산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타 장르 공연과 동일한 방역 지침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고, 그 결과 지난달부터 비정규 공연시설에서도 관계 부처와 협의하면 5000석 이하 규모로 공연을 열 수 있게 됐다.

한 가요 관계자는 “업계에선 당국이 제시한 방역 지침보다 더욱 강력한 자체 지침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음악 공연을 향한 여론이 좋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체부는 비등록 공연시설에서 열리는 대중음악 공연에 ‘좌석 2개당 1칸 띄우기’ ‘최대 5000석 규모’ 등을 요구했지만, 가요계는 이보다 강한 지침을 적용하며 선제 조치에 나섰다. 나훈아와 NCT 127 공연에는 ‘좌석 1개당 1칸 띄우기’가 적용되고, 관객 수 역시 4000명대로 제한된다. 주최 측은 공연장 상주 인원도 늘려 백신 접종이나 음성 확인서도 일일이 확인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공연장이 안전하고 방역 관리가 잘 된다는 인식이 예전보다 널리 퍼지긴 했으나, 대중음악 공연은 특히 여론에 취약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 “대중음악 공연에만 다른 다중이용시설보다 강력한 방역 지침을 적용하는 등 차별적 규제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안전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