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의 '야누스'...12월 12일

한국현대사의 '야누스'...12월 12일

기사승인 2021-12-12 17:48:01
12월 12일. 우리나라가 36년간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고 외교독립을 이뤄낸 날이자, 전두환·노태우 등을 중심 한 신군부 세력 '하나회'가 군사반란을 일으킨 날이다. 그래서 이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영광과 찬탈의 역사이기도 하다.

'48대6'. 1948년 12월 12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에서 한국 정부가 자유 선거를 통해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결의안 투표 결과다. 이듬해인 1949년 1월 1일 외국 국가 중에서는 미국이 가장 먼저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했고 뒤이어 중국, 영국, 캐나나 등 영연방국가들도 대한민국의 정부를 공식 인정했다.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이후 29년 만에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정식으로 '국가'로 인정받게 됐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설명에 의하면 당시 유엔(UN) 총회는 대한민국 정부 승인 결의문은 다음과 같다.

"임시위원단의 감시와 협의가 가능했고 전체 한국의 절대다수 국민들이 거주하는 한국의 그 지역에 대한 유효한 지배권과 관할권을 가진 합법적 정부가 수립되었으며 (중략)이 정부는 한국 내의 유일한 그러한 정부임을 선언함."-유엔총회 결의문.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연합뉴스

32년 후인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노태우가 중심인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가 대한민국 제10대 대통령 최규화 대통령의 재가 없이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과 정병주 특전사 사령관, 장태완 수경사 사령관 등을 체포한다. 

당시 보안사령관이였던 전두환은 12월 12일 군사 반란(1212사태)으로 군부를 장악, 이듬해인 1980년 5월 17일 이른바 '5·17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다. 하지만 거센 민주화 열기로 전국 곳곳에선 민주화 운동이 펼쳐졌고, 1980년 5월 18~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시에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인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자 전두환은 광주시민과 학생들을 학살과 강경 진압으로 강경대응하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해 9월 전두환은 대한민국 제11대 대통령에 오른다.  

올해는 전두환과 노태우가 일으킨 1212사태가 42주년을 맞는 해다. 하지만 이 둘은 '1212 사태'에 대한 사죄 없이 세상을 떠나면서 대한민국의 굴곡진 민주주의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두 사람의 인생궤적은 같았지만 역사의 평가는 달랐다. 노태우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아들을 통해 사과했지만, 전두환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태우 별세 당시 정치권 등은 역사의 죄인이지만 전두환과는 다르다며 장례도 국가장으로 치른 반면 전두환은 죽음마저도 유죄라는 비판이 나오며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았다. 여당은 물론 야당마저 전두환 빈소에 조문을 가지 않았다. 

유엔으로부터 민주주의 국가로 인정받고, 1212사태의 민주주의 암흑기로 기억되는12월 12일은 그래서 우리 국민에게 야누스의 두 얼굴로 기억된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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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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