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재건축, 강남권 ‘기대’…집값 상승 방아쇠 되나

오세훈표 재건축, 강남권 ‘기대’…집값 상승 방아쇠 되나

기사승인 2021-12-14 07:00:07
사진=안세진 기자

최근 수도권, 지방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집값 하락세가 강남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드 재건축’ 사업이 강남불패 신화를 굳건히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상반기에 있을 대선과 금융권의 대출 가이드라인도 중요 변수 중 하나다.

11일 서울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 대치 미도‧은마, 송파 장미1·2·3차, 구로 우신빌라, 압구정 2‧3‧5구역 등의 재건축 단지들이 신속통합기획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신속통합기획 민간 재개발 공모에 24개 자치구에서 모두 102곳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 재개발 후보지 25곳, 2만6000호 가량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신속통합기획은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스피드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으로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사업을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시가 빠른 사업을 돕는 대신 민간의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되면 통상 5년 정도 걸리는 정비계획 수립 등 도시계획결정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된다. 사업시행 인가 심의기간도 기존 1년 6개월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주거지역 35층, 한강변 첫주동 15층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받는다.

재건축 단지와 기존 재개발 사업지는 언제든지 신속통합기획에 수시로 접수할 수 있다. 주민이 참여를 원할 경우 해당 자치구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자치구 검토와 서울시 검토회의를 거쳐 신속통합기획에 최종 착수하게 된다.

대치 은마아파트 한 주민은 “재건축을 수년 째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 상황이 굉장히 더딘 상태”리면서 “빠른 속도로 재건축할 수 있다면 이번 기회에 추진하는 게 더 좋은 방향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대치동 중심을 차지한 아파트로 4424세대 규모를 자랑한다. 1990년대 말 첫 재건축사업 추진을 시작했지만 안전진단 강화, 층수제한 등 정부의 각종 규제 대상이 되면서 18년째 답보 상태다.

사진=안세진 기자

“강남불패의 신화 여전할 지도”

다만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이 신속통합계획으로 인한 강남권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할 수 있어서다. 

현재 아파트값의 선행지표인 전국 매매수급지수도 약 1년6개월 만에 기준선(100) 밑인 99.2를 기록했다.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집을 살 실수요자보다 팔아야 하는 집주인이 많다는 뜻이다. 집값을 주도했던 수도권의 매수심리도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4로, 4주 연속 100선 아래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도 98.4를 기록, 2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인천의 지수는 101.4로 기준선 위에 머물렀으나, 8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100에 다가섰다. 지방에선 부산(98.6), 대구(88.7), 세종(88.1) 등이 기준선에서 더 아래로 향했다.

하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모양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해부터 개발 호재 등으로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음에도 상승 흐름을 막지 못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실수요자만 부동산을 살 수 있도록 은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규제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1월 15일 28억2000만원에 실거래를 맺었다. 지난 8월 27억8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개월 만의 거래다. 전고점보다 5000만원 비싸게 팔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인 지난해 5월 은마 전용 84㎡는 19억4000만원이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 수도권으로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서울 강남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다”면서 “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강남권의 사업장들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강남불패 신화가 또 다시 쓰여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와 대출 규제와 관련한 정책적 변화도 중요 변수 중 하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내년 선거로 인한 개발 이슈들이 나오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냐도 중요한 변수다”라며 “아직까지 금융권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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