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중도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친DJ’ 노선을 택하며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새시대준비위원회’가 첫발을 내딛었다. 위원장을 맡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존재만으로도 상징적이다. 민주당 진영에서 오랫동안 지도자 역할을 해온 분이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인 저와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시대의 정치는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다. 국민의 삶,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지역과 세대, 성(性)과 정파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러한 뜻에 동의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할 의지가 있는 모든 분들을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새시대준비위원회를 통해 진영논리에 벗어난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이다. 새시대준비위원회는 후보 직속 조직으로, 당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도‧진보 성향 인사를 두루 영입하는 인선 기조를 세웠다.
당장 김한길 위원장부터 ‘진영논리’에서 벗어난다. 그는 DJ의 야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이외에도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 등 DJ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최근 윤 후보의 메시지와 행보를 살펴보면 ‘중도 확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친DJ’ 노선을 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윤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메시지를 부각하며 ‘국민 통합’을 외쳐왔다. 윤 후보는 DJ 서거 12주기인 지난 8월18일 야권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DJ 묘역을 참배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는 9일 고(故) DJ 노벨평화상 기념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어떤 정치 보복도 하지 않고 모든 정적들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성인 정치인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했다”며 “이런 김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업적을 되새기며 앞으로 더 발전시켜 우리나라를 공정과 상식의 기반 위에, 국민들이 희망을 갖고 청년들이 이상과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의 나라가 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치켜세웠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에도 “대통령이 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겠다”라고 적었다.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을 꼽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호남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호남은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90% 안팎의 몰표를 던지는 진보층 ‘텃밭’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이에 못 미치면서 ‘친DJ’ 인사들을 영입해 ‘산토끼’ 공략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을 살펴보면 역대 민주당 후보들의 호남 득표율보다 낮다. 13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5일부터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30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이 후보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68.9%, 윤 후보는 18.3%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15대·16대·17대·18대 대선에서 김대중(94.7%)·노무현(93.4%)·정동영(79.5%)·문재인(89.2%) 후보의 호남 득표율보다 낮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친DJ’ 인사들의 영입으로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괄 선대위원장 직책은 맡았으나 후보 직속 새시대위원회 등이 김종인 위원장에게 눈엣가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갈등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을 순 있지만 그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선대위에서 잡음이 흘러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선거에서 졌다면 보수층은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의 프레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