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3·40대 가구주의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핵심 계층의 재무건정성이 흔들릴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출구전략을 준비하는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통계청·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별 가구당 부채 보유액은 40대 1억2208만원, 30대 1억1190만원, 50대 1억74만원, 60세 이상 5703만원, 29세 이하 355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채 증가율로 보면 30대가 11.0%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 이상 8.0%, 40대 7.8%, 29세 이하 2.1%, 50대 1.6% 순이다. 60세 이상 취약 계층을 제외할 경우 경제활동의 중추인 30대와 40대의 부채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셈이다.
반면 가구주 연령대별 가구소득 증가율은 30대(6660만원)는 4.8%에 그쳤다. 40대의 경우 소득(7643만원)은 오히려 1년전보다 0.1% 줄었다. 60대 이상(4299만원)에서는 소득 증가율이 7.8%로 가장 높았다. 이는 재난지원금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보다 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가구의 주머니 사정은 1년 전보다 나빠졌다. 실제 가구주 연령대별 가계 재무건전성(금융부채/저축액)을 보면 30대는 156.5%으로 전년 대비 15.6%p 상승했다. 40대도 105.2%로 다소(0.2%p)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자산도 많이 증가했다.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핵심계층의 재무건전성 불안이 경제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등 코로나 출구전략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경제 보루였던 3·40대가 흔들린다는 것은 모두 계층이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의미다. 돈풀기 측면에서 볼 때 출구 전략, 즉 긴축이 시작되는 시점인데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핵심 계층 차주들의 여건이 조금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 회복이 지연돼 내수와 대면서비스 업종의 부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화 된다면 중간계층 핵심계층 차주들은 더욱 안 좋아 질 수 있다”며 “아직 연체율이 문제가 없지만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이 가격조정을 받고 일자리도 악화될 수 있는 부분을 대비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제 성장 전망이 다소 낮아지고는 있지만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