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윤 “‘지옥’ 화살촉 BJ, 연기하고픈 마음 들끓었죠” [쿠키인터뷰]

김도윤 “‘지옥’ 화살촉 BJ, 연기하고픈 마음 들끓었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2-17 06:00:10
배우 김도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혼을 빼놓는다. 화려한 분장과 거침없는 리액션, 시끄러운 목소리까지. 넷플릭스 ‘지옥’에 등장하는 화살촉 BJ 이동욱(김도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설득하며 시선을 뺏는다. 그의 에너지는 드라마는 보는 시청자들의 정신까지 뒤흔들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화살촉 BJ가 등장하면 TV를 껐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터넷 방송 장면은 광신도들이 곧 정의가 된 ‘지옥’의 민낯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볼수록 마음이 답답해지고 씁쓸하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쿠키뉴스와 만난 배우 김도윤은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게 한 역할이었다”고 털어놨다. ‘지옥’ 원작 웹툰을 보면서 옆에 있으면 한 대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캐릭터를 두고 호불호가 나뉘는 반응 역시 “좋은 평가”라고 받아들였다.

“정말 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 정도로 에너지를 마구 뿜어내는 역할을 보기 힘들잖아요. 배우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 거죠. 시청자들이 ‘저 사람은 뭐지’ 하고 궁금하게 만들면서도, 불편한 감정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동욱을 표현할 특징들을 찾아야 했어요. 스스로 목소리를 변조하고, 과한 얼굴 분장을 하는 이유가 익명성을 의미하는 것처럼요. 또 카메라를 보는 모든 직업의 영상을 찾아봤어요. 인터넷 방송이나 뉴스 앵커, 스탠드업 코미디 등 여러 영상을 참고 했죠. 또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을 이미지화시키거나 특징이 있는 문장을 가져왔어요.”

넷플릭스 ‘지옥’ 스틸컷

깊이 생각했다. 드라마는 물론 대본에도 없는 이동욱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설정했다.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시작한 방송 시청자수가 늘어나면서 삶의 이유를 찾았겠다고 추측했다.

“이동욱은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찾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삶의 의미나 가치를 찾지 못한 거죠. 그러니까 초자연적 현상에 심취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을까요. 이동욱도 처음부터 믿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호기심을 갖고 심취하다보니 나중엔 그게 진리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목표점이 있어야 계속 달릴 수 있잖아요, 확실치 않지만 확실히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저 배우가 대체 누군지 찾아보는 시청자들이 늘어났다. 그가 연상호 감독의 전작 ‘반도’에 출연했고,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에서 사제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출연작마다 다른 인상을 남긴 것에 김도윤은 “캐릭터 뒤에 숨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라며 웃었다. 그가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건 아니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연기를 하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했다.

배우 김도윤. 저스트엔터테인먼트

“학교에서 밴드를 했어요. 같은 학교 연극영화과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는데 반주해줄 밴드가 필요해서 같이 작업하게 됐죠. 연습하고 공연하는 과정을 보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연기가 아닌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연출 전공으로 입학했어요. 그러다 연출을 할 거면 연기를 한 번 해서 배우와 소통 방법을 배우는 게 도움이 될 거란 조언을 들었고 연기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연기를 하면 긴장되고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서 조명을 받으면 어느 순간 긴장이 사라지면서, 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연기를 계속 하게 된 거예요.”

‘지옥’이 전 세계 1위를 하며 알려졌지만 여전히 김도윤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알아보면 그가 더 놀랄 정도다. 낯선 모습을 유지하는 게 배우로서 좋기에 섭섭하진 않다. 그만큼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노력을 알아봐준 것 같은 쾌감을 느낀다.

“전 아직 신인 배우라고 생각해요. 좋은 연기가 어떤 건지 아직도 사실 명확하게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연기가 더 편해질지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처음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했을 때와 지금이 똑같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신인 배우라고 표현했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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