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심상찮다. 집값 상승이 주춤한 가운데 전국의 외지인 아파트 매매거래 비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 등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충청권 등 비규제지역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현재 전국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 59만7557건 중 외지인의 거래량은 17만5194건으로 29.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약 16년 동안의 기록 중 최고치다. 2016년까지 외지인의 전국 아파트 매매 비율은 18~23%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처음 24%를 돌파한 후 올해 29.3%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충청권과 강원, 세종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은 각각 42.9%, 39.4%를 기록했으며 강원은 39.7%, 세종은 38.4%를 기록했다. 이외에 인천, 경북, 경남, 전북이 30%대를 기록해 뒤를 이었고 부산과 대구는 각각 18.3%, 17.3%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2017년 대비 상승폭으로 보면 충청권은 충북과 충남을 합쳐 29.8%에서 41.4%로 4년 만에 약 11.6%p 증가했고 울산도 11.7%에서 24.6%로 12.9%p 늘었다. 인천도 24.4%에서 35.5%로 11.1%p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두 자리 수의 상승폭을 보인 건 이들 세 지역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최근 집값 하락세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제 충청권 주택가격 매매지수가 전월대비 모두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 결과에 따르면 대전은 0.57% 상승했으며 개발사업 기대감이 있는 동구와 정주여건이 양호한 유성구 등 중저가 위주로 상승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전월 0.87% 상승률에 비하면 0.30% 하락했다.
특히 세종은 마이너스 폭이 매우 커졌다. 세종시는 전월(-0.11%)보다 하락폭이 확대되며 11월 -0.67% 하락률을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한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충남은 0.68% 상승하면서 전국평균(0.63%)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월(0.89%) 대비 상승폭은 줄었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의 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수도권 전역으로 규제가 확산되면서 인근에 위치한 충청, 강원의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충청권에서는 청주, 천안이 규제로 묶이자 인근 음성, 진천 등의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울산의 외지인 매매비율이 높아진 것 역시 동구, 울주군 등 비규제지역으로 광역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전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차라리 세종을 선택하겠다는 투자층이 늘었고 인천도 수도권의 저평가 지역으로서 서울 수요가 꾸준히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