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아파트 단지의 분양원가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업계는 투명한 정보 공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이를 민간기업에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SH공사는 23일 종로구 경실련 본부 강당에서 정보공개청구 자료 전달식을 열고, 경실련이 청구한 분양원가 상세 자료를 전달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제시한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항이자 SH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5대 혁신 방안 중 하나다.
SH공사는 지난 15일 고덕강일4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처음 공개했다. 당시 SH는 이를 시작으로 사업정산이 마무리된 최근 10년치 건설 단지 34곳에 대한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제공한 자료는 SH공사가 분양·공급한 내곡1단지 등 8개 단지의 설계내역서·도급내역서·하도급내역서·원하도급대비표 등으로, 경실련이 2019년 공사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던 자료 일체다.
SH공사는 그간 '직접 작성·관리하는 자료가 아니며, 건설사와 하도급 업체 간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경실련 출신 김헌동 신임 사장이 지난달 취임한 뒤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 자료를 공개한 데 이어 경실련이 청구한 자료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공사는 해당 자료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가공해 일반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헌동 사장은 "'투명 경영', '열린 경영'을 실천해 시민의 알 권리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공사의 분양원가 공개 결정에 여러 기관이 동참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원가 공개는 투명한 정보 공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는 우리 사회를 보다 투명하게 이끌어가는 하나의 요소가 더해졌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면서 “만약 제시된 원가가 ‘공공부문에서조차 과도한 이익’을 얻는 수준이라면, 이후로는 더 낮출 근거자료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너무 낮게 책정된 공사원가가 속칭 ‘날림공사’와 ‘저품질 주택’을 유발한다면, 오히려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간아파트에까지 분양원가 공개 영향이 미쳐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유는 민간아파트 분양에까지 이번 분양원가 공개 영향이 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SH가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를 민간 기업에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토지조성원가와 건축비 등은 영업비밀이거나 경영 노하우라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건축 시 내부에 들어가는 가구들을 보자”면서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분양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선 각자의 영업 기술을 통해 좋은 품질의 브랜드를 최대한 저렴하게 가져와 공급하는건데, 가격을 모두 공개한다면 영업기술은 물론 수익극대화라는 민간기업의 목적마저도 부정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