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사면에 대해 사전 교감한 적이 없다는 점이 알려져 당‧청 간 불협화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를 확정받아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정부는 2022년 신년을 앞두고 31일 자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청와대와 사전 논의한 바 없는 갑작스러운 발표인 탓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위본부장단 회의를 마친 뒤 “(사면 발표) 내용을 들어봐야 한다. 나도 잘 모른다”며 “12월 초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났고 그 뒤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권혁기 민주당 공보부단장 역시 24일 민주당사 브리핑룸에서 “송 대표가 이 정무수석과 사면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이를 몰랐던 건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황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말하기는 부적절하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대가를 치르는 게 맞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예방효과다. 사과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게 기존 입장”이라며 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 후보는 이전부터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사면’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국민 여론과 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통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민주당의 주장대로 당청 간 사전교감이 없었다면 민주당과 이 후보에 대한 ‘패싱 논란’으로도 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4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닥 민심을 파악하는 게 당이니까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전 교감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정치인 사면은 더욱 그렇다”며 “만약 민주당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면 청와대와 민주당이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청와대, 문 대통령이 불통이라고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마 사전교감을 했는데 아닌 척하는 것”이라며 “선거 전략상의 특별사면이 아닌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이 문 대통령에게 요청해서 이뤄진 것처럼 보여지면 논란이 일 수 있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본지에 “만약 진짜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 패싱 논란이 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독단 결정이라면 이 후보와 민주당 측에서 불편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만약 몰랐다는 게 사실이라면 민주당과 청와대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는 대선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면은 통상 야권을 흔드는 카드로 쓰이는데 이는 오히려 여권을 흔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