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기회 늘리려면 헌혈의집 운영시간 늘려야”

“헌혈 기회 늘리려면 헌혈의집 운영시간 늘려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혈액부족 사태 이어져

기사승인 2021-12-24 13:15:32
사진=노상우 기자

다회 헌혈에 나선 이들이 혈액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혈의집·헌혈카페 운영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과 저출산·고령화 등 문제가 겹치면서 혈액 부족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혈액 보유량이 5일분 이상이 돼야 ‘적정’으로 평가받는데 올해 적정이었던 날은 9일에 불과하다. 헌혈 실적도 헌혈자 기준으로 2018년 148망면, 2019년 142만명, 2020년 128만명으로 계속 줄고 있고 헌혈 건수도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24일 ‘헌혈자와 수혈자 중심 헌혈증진 개선방안 토론회’를 통해 지속되는 헌혈 감소세에 대해 헌혈자·수혈자 중심의 헌혈증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204회 헌혈에 동참한 이기연(40·남)씨는 “최근 통계를 보면 10~20대 헌혈자가 전체 헌혈자의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인구는 30~40대가 10~20대보다 2배 더 많다. 30~40대의 헌혈참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30~40대는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평일에 퇴근 후 헌혈이 쉽지 않다. 특히 혈장 헌혈은 19시, 혈소판 헌혈은 18시30분에 대부분 마감한다. 직장인이 퇴근이 빨라도 6시인 것을 감안하면 평일에 헌혈하러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혈소판은 채혈 후 5일만 보관이 가능하다. 주말에만 헌혈해서는 원활한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며 “평일에도 헌혈을 참여할 수 있도록 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 헌혈의집과 헌혈카페 운영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직장인이 퇴근하고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게 21~22시까지 연장한다면 참여율을 높이는 데 도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전체 조정이 어렵다면 권역별, 요일 지정 등으로 운영하면 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헌혈을 635회나 진행한 임종근(64·남)씨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임씨는 “지난해까지 오후 8시까지 운영되던 헌혈의집이 7시까지로 줄었다. 시간이 늘어나지는 못할망정 줄어 들어 헌혈하기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며 “혈액 부족 상황에 경제적인 논리만 생각하지 말고 한 개의 못을 박더라도 망치가 있어야 한다. 헌혈자를 위해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혈에 대한 교육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0~20대에 첫 헌혈을 하고 난 뒤 시간이 지나면 헌혈 그래프가 급격히 꺾인다. 지속성이 없다”며 “미래 헌혈자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책자나 교육기관에서도 어려서부터 헌혈교육을 하는 기관을 본 적 없다. 수많은 기관, 군부대 등에 헌혈 강연을 했는데 다회 헌혈자의 경험담을 들려주니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헌혈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유도하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헌혈기념품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임씨는 “기념품 1+1 행사 때만 헌혈자가 몰린다”며 “스스로 참여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좋은 집에서 사는 것보다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게 좋다는 말도 있다. 건강하기 때문에 흘러가는 물을 퍼준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마음으로 헌혈하고 있다. 목마른 사람한테 물을 주는 것이다. 받을 빚도, 갚을 빚도 아니지만, 귀중하고 소중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명이 635번 헌혈하기보다는 635명이 헌혈에 동참하는 문화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 헌혈자 송유현씨는 헌혈의집의 인프라가 개선되길 희망했다. 송씨는 “얼마 전 헌혈의집을 방문하고자 했는데 주차 문제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헌현의집을 방문했다. 이후 헌혈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을 데려가기 부담스러워 옆에 있는 키즈카페에 잠깐 맡겼다”며 “부모가 헌혈을 하는 동안 아이들을 잠깐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안심하고 마음 편히 헌혈하면서 아이들이 부모가 헌혈하는 모습을 보는 것 만큼 좋은 헌혈교육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았는데 오후 10시까지 가능했다”며 “직장일도 마치고, 육아, 가사까지 돌보고 방문할 수 있어서 편했다”며 “헌혈의집 운영시간도 늘린다면 직장인도, 가정주부도 일하면서 헌혈할 수 있어 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백혈병환우회TV 유튜브 캡쳐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환자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혈액 부족이다. 최근 혈액이 부족하면서 지정 헌혈이 7만건까지 늘었다. 수혈자인 환자가 직접 혈액을 구하는 시대” 2016년부터 저출산·고령화로 헌혈자가 줄어들어 혈액 부족 상황이 예견됐는데 준비가 부족했다. 헌혈에 대한 교육을 늘리고 헌혈자에 대한 감사, 칭찬 운동도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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