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는 밖에서 뛰고 있는데 시선은 내부에 머물러있다. 집안싸움이 끝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 이야기다. 대선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제게 시간을 좀 더 주십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일 선대위 해체를 선언했다.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해산에 따라 해촉하는 형태로 물러나게 됐다. 매머드급 선대위를 선대본부로 축소해 후보 중심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선대본부장으로는 4선 권영세 의원을 임명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민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내게 시간을 좀 내달라.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국민께 변화된 윤석열 보여드리겠다”며 “지금까지 2030세대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국민이 기대하신 윤석열의 처음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선거운동에 시선은 이준석 대표를 향했다.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기 전날까지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 소집 등을 요구하며 이 대표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당 대표의 거취 문제는 내 소관 밖의 상황”이라며 “이 대표께서 당 대표의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선대위 재편 직후 일단은 훈풍이 불었다. 이 대표가 윤 후보의 5일 발표를 칭찬하고 선대본부장으로 임명된 권 의원을 치켜세우며 갈등이 해소되는 듯했다. 특히 이 대표는 “명시적으로 권 의원에게 연습문제를 드렸다”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무운을 빈다”
그러나 돌연 이 대표가 5일 “3월 9일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 당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거운동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었다. 이유는 “연습문제 제안이 거부됐기 때문”이었다. 정치권에 알려진 이 대표의 연습문제는 지하철 출근 인사와 젠더·게임 특별위원회 구성, 플랫폼 노동 체험 등 세 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돌발 선언이 있었지만 윤 후보는 6일 오전 여의도역 근처에 나서 지하철 출근 인사를 나눴다. 이 대표는 냉담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연락받은 바 없고 (연습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후 이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권영세)과 전략기획부총장(이철규) 등 임명안 처리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사무총장 안은 이 대표가 막판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은 상정 자체를 거부해 윤 후보가 당무우선권 발동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내가 나간 2주간 무엇이 바뀌었나”
갈등이 지속하면서 당 내부에선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6일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표의 사퇴 요구를 공론화했다. 의원들은 이 대표의 의총 참석을 요구했고, 이 대표는 비공개 의총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갈등 끝에 의총에 참석한 이 대표는 30분가량의 격정 토론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2주 동안에 선대위에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많은 젊은 세대가 아직도 우리당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함께 가려고 했다”라며 “과연 2주 동안에 무엇이 바뀌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아울러 “우리 후보가 다시 한번 국민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더 넓어진 지지를 받기 위해서 파격적인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당대표로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여한이 없으므로 (여러분들은) 선거에서 지면 당이 해체된다는 생각으로 오직 승리만 생각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