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포천시의원이 호적 찾아줘

"60년간 없는 사람으로 살았는데"..포천시의원이 호적 찾아줘

기사승인 2022-01-07 15:07:21
송상국 포천시의회 부의장(왼쪽)과 호적을 새로 만든 A씨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60여년을 무적자(無籍者)로 살아온 한 남성이 경기도 포천시의회 의원의 도움으로 주민등록을 갖게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포천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포천시에 거주하는 A(77)씨는 10년 전부터 호적 등 공식적인 신분을 갖고 살고 있다.

A씨는 1946년 태어나면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았다. 거기다 뇌병변 장애까지 갖고 태어나면서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가족들이 뒤늦게 호적을 만들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물어보라거나 소송을 하라는 말만 들었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A씨는 60여년 동안 호적이 없어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고, 병원조차 제대로 갈 수 없는 삶을 살았다.

당시 A씨와 같은 교회를 다니며 이 같이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된 포천시의회 송상국 부의장은 당시 민간인 신분임에도 A씨를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송 부의장은 우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사비를 들여 변호사 비용을 대고, 호적을 만들기 위한 소송절차를 도왔다. 또 장애수당이나 기초생활수당을 받기 위한 행정절차에도 앞장서 도움을 줬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A씨는 공식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아 자유롭게 병원도 다니고, 떳떳하게 관공서도 다닐 수 있게 됐다. 또 지자체로부터 장애인수당까지 받아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됐다.

A씨는 "그동안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아프면 병원도 갈 수 있게 되면서 사람답게 살게 됐다"면서 감사인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 박모(52)씨는 "민간인 신분으로 사비를 털어 도움을 줬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라며 "시민을 대변하는 시의원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부의장은 "시의원 신분이 되기 전 오래된 일이 뒤늦게 알려져 쑥스럽다"면서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들을 내 가족처럼 살피겠다"고 말했다.

포천=윤형기 기자 moolgam@kukinews.com
윤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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