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잊을만하면 또 붕괴…HDC현산 책임 다했나

건설업계 잊을만하면 또 붕괴…HDC현산 책임 다했나

광주 학동 참사 이후 7개월만에 또 붕괴사고
전문가들, 부실시공 가능성 제기…"콘크리트 마르지 않은채 공사"
HDC현산, 브랜드 인지도 하락 불가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앞두고…개정 이뤄지나

기사승인 2022-01-12 15:30:19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근로자 6명이 실종됐다. 사진=연합뉴스

“잊을만하면 붕괴사고가 발생한다. 이쯤 되면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광주 학동에서 붕괴참사가 일어난 지 7개월 만에 또다시 안전이 무너졌다. 전날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현장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6명이 실종됐다. 두 사고의 시공사는 모두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국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건설업계의 안전 책임론을 도마 위에 올렸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충분히 마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콘크리트가 덜 마른 채 공사가 진행되면서 하중을 견디기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는 것. 

시공사 측은 “사고 수습에 힘을 쏟겠다”며 아직까지 원인 파악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물론, 다가오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도 힘이 쏠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독자제공

부실시공 가능성 제기


12일 광주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실종됐다. HDC현산 측은 사고 직후 곧바로 유병규·하원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포함한 본사 임직원이 현장으로 달려가 현장 수습과 원인 파악에 나서고 있다. 유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콘크리트를 굳히는 양생 작업을 부실하게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강풍으로 인한 타워크레인 지지대 손상도 추가적인 원인으로 논의되고 있다. 시공사인 HDC현산은 사고 관련 명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건설사고조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할 계획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사고원인 규명에 앞서 우선적으로 실종자 수색 등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고 직후 찍힌 현장 사진을 보면, 구조물이 무너진 자리에 철근이 가시처럼 깨끗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철근과 콘크리트가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로 공사가 진행한 정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부실시공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은 날씨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면서 “특히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양생을 거쳐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3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5층짜리 빌딩이 순식간에 7차선 도로변으로 무너졌다. 무너진 철거물은 정 류장에 정차해있던 54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큰 도로 맞은편 버스 정류장의 유리창이 깨지고 상가에까지 파편이 튈 정도로 충격과 파장이 컸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와 토사 높이는 10m에 달했다. 이 사고로 인해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불과 7개월 만에 또 무너진 안전


이번 사고로 인해 HDC현산은 브랜드 인지도 차원에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시공능력평가 9위를 차지한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다. 또한 부동산 리서치회사 닥터아파트가 작년 11월 실시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는 힐스테이트(현대건설), 자이(GS건설), 롯데캐슬(롯데건설), 푸르지오(대우건설)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HDC현산의 아파트 브랜드는 ‘아이파크’다. 

하지만 동시에 HDC현산은 지난해 6월에도 붕괴사고를 유발한 원청 건설사이기도 하다. 앞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인근을 지나던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인해 무고한 버스 승객 9명이 세상을 떠났으며, 유족들은 여전히 트라우마 치료 등을 받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조사 결과 인재라는 결론이 속속 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안전관리 ‘매우 미흡’ 건설사로 분류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일 공공 건설공사 참여자에 대한 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주요 평가항목은 안전관리계획에 따른 안전점검 활동, 안전교육, 재해예방 활동, 안전시스템 운영 여부 등이다. 지난해 안전관리 수준평가는 179개 현장의 281개 참여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번 사고는 생명과 안전보다 HDC현산의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제2의 학동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민은 또다시 발생한 건설현장의 대형붕괴 사고를 보면서 학동 참사를 떠올렸다”며 “학동 참사 직후 정부와 광주시, HDC현산은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과연 무슨 대책을 수립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사진=박효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이뤄지나


이번 사고의 원인 또한 이전 학동 참사 때처럼 인재로 밝혀질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정이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법은 1년간 시행이 유예되면서 오는 27일부터 적용된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도 HDC현산 등 원청업체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하도급을 수주해 실제 공사를 진행한 개별 기업의 사용자에게 사고의 책임을 묻도록 규정해 원청업체까지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실제 법 적용을 받는 재해 사업장은 적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법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50인 이상 사업장을 우선 적용하고,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업체는 2024년부터 시행한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828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70% 이상은 법 적용이 안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산재 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소규모 사업장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른바 사각지대가 있었다”면서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써 안타깝지만 이번 사고들로 인해 업계의 책임론은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재해 발생 시 원청 경영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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