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주말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우세종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새로운 무기인 ‘먹는 치료제’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3배 높아 확진자 급증이 우려되지만 치료제로 치명률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미크론 국내 검출률은 26.7%이며, 해외유입 확진자에서는 94.7%가 오미크론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오미크론 검출 비율이 95%를 넘어섰고, 일본도 84%를 기록했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오미크론이 델타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되는 것은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다”며 “이번 주말쯤 우세종화가 예측되고 있다. (오미크론은) 델타변이에 비해 중증화율이 낮으나 전파력이 2~3배인 변이 바이러스다. 우리의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번 주말이면 오미크론 우세종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다행히 오미크론 증상이 가벼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명률이 낮다고 해도 독감보단 높다. 현재 가지고 있는 딱 한가지의 무기인 먹는 치료제를 최대한 신속하게 사용해서 사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영국이나 미국보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보다 심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확진자 수가 매주 더블링되면 이번 주말 국내 검출률은 50%를 돌파할 것이고 민족대이동 날인 설 연휴 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달 상황에서 봤듯이 우리 의료체계는 일일 확진자 수 7000명을 못 견딘다. 물론 그 후 정부가 병상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서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지만 확진자 수가 1~2만명으로 늘어나면 힘들 것”이라며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델타에 비해 1/3, 2/3정도 낮다고 하지만 확진자 수가 2~3만명으로 늘면 중환자도 늘어 의미가 없어진다. 먹는 치료제를 잘 활용해서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아줘야 병상에 여유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 투여되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사(社)의 ‘팍스로비드’다. 경증에서 중등증의 고위험 비입원환자 2246명 대상 임상시험에서 증상발현 5일 이내 투여했을 때 입원 및 사망환자 비율이 88% 감소했다. 특히 팍스로비드는 그동안 의료현장에서 사용했던 주사형 치료제와 달리 집에서 환자 스스로 복용 가능하고 실온(15~30℃)으로 보관이 용이하다. 다만 정제를 씹거나 부수지 말고 통째로 삼켜야 하며, 식사 여부와 관계없이 3개의 알약을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두 차례, 5일간 복용해야 하한다. 상태가 좋다고 느끼더라도 의료전문가와 상의 없이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또 국내에 도입된 물량이 한정됨에 따라 현재 투약 대상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이면서 65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 중 재택치료를 받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사람으로 정해져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팍스로비드는 지난 14일부터 투약되기 시작해 16일까지 3일간 총 39명이 복용했으며, 이 중 재택치료자는 31명,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는 8명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부작용 의심 신고사례는 1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단 한 건도 없다.
전문가들은 치료제의 신속한 처방과 투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보건소와 동네 의료기관이 협력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중앙정부에서 빠른 진단과 처방, 배송, 투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지자체에서는 그렇게 못한다. 특히 지방은 조직이 취약해서 전달이 어렵다”며 “지금은 전국 보건소 250여개소에서 관리하도록 맡겨놨는데 추후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먹는 치료제는 투약이 까다롭기 때문에 의사가 꼭 점검해야 한다. 나중에 의료인력이 없다는 소리하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지난해 중환자가 급증했을 당시 의료인력과 병상이 부족하다고 했지만 한 달 만에 병상이 안정화됐다. 병동도, 의사도 있었는데 조직화가 제대로 안 됐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자는 반드시 의사가 진료해야 한다. 지금은 할 수 없이 전화로 처방하고 있지만 이는 의료법상 불법이고 의료적으로도 그러면 안 된다. 환자를 제대로 보려면 외래진료를 해야 하는데 센터가 부족하다”며 “동네의원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해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은 환자를 받을 준비가 돼 있는데 행정적으로 안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직접 들여다봐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명령만 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제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경증 환자가 대거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해서 일차의료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치료제 사용을 정착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임상에서는 팍스로비드의 효과가 88%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좀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껏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임상 때만큼 약효가 좋은 약들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중증 사망률 동시 예방 효과가 70%대로 떨어진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1000명의 환자를 70%로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방기준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 65세 미만, 특히 60~64세 사이에 만성질환자가 많다. 면역저하자와 조금 다르지만 중증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진료를 빨리 시작해주는 게 좋다. 특히 오미크론은 백신이 잘 듣지 않으니까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치료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팍스로비드 한 세트 가격이 6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비싼 것 같지만 오히려 입원하면 그 이상으로 나간다. 그걸 줄여주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효과라고 할 수 있겠다”고 부연했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처음 도입해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이때 잘 모니터링하고 상태가 악화되면 빨리 후송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히 약을 먹다가 안 먹다가하면 내성문제가 생길 수 있어 교육을 잘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