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원팀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화학적 결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부 민주당 당원들이 이 후보에 대해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며 가처분 소송을 신청하거나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탓이다.
스페이스 민주주의 김연진 대표 외 민주당 당원 4369명은 17일 서울남부지법에 이 후보에 대한 대선 후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민주당 당원 4000여명은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후보는 헌법에 명시되고 민주당 강령에 제시된 대한민국 통일 지향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부정했다”며 “민주당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과 윤리규범 및 강령 등을 위반한 해당행위자로 자격이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에는 일부 민주당 당원들이 불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직무 집행정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당원 2618명은 “송 대표의 민주당 지도부는 2021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부적격자 이재명에게 후보 자격을 허용해준 원죄가 있다. 당 대표 자격도 취소돼야 한다”며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냈다.
심지어 국민의힘으로 돌아선 이들도 있다. 박원현 전 민주당 양산시갑 지역위원장과 박일배 양산시의원 등 양산 지역 민주당 핵심당원 300여명은 17일 오전 양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박원현 전 위원장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며 현 정부의 정권창출과 양산 발전을 위해 해온 노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번 민주당 탈당에 대해 함께한 당원들은 국민을 무시하는 현 정권의 민낯을 보며 경제파탄, 위태로운 안보상황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동참을 결정했다”며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이념과 새로운 국가건설 동참에 우리 300여 명은 함께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이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경선 캠프의 복지국가비전위원장 출신이다. 그동안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지만 더는 희망이 없다며 등을 돌린 것이다.
그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민주당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치명적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치료받기를 거부하는 좀비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며 “병든 민주당은 이제 수술이나 치료를 통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외쳐도 민주당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병든 민주당을 수술하고 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소득 포퓰리즘 폐기를 요구했고 불공정과 적폐의 구심인 이 후보의 사퇴와 송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국가를 향한 구국적 열망과 전략적 인내”라며 “저는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과 민주당 적폐 청산을 위한 공개적 활동을 위해 탈당할 수밖에 없지만, 여러분들께서는 대선 이후 민주당 적폐의 완전한 소각과 재건의 과정을 주도해 주시길 간청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