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권리 보장되나… 7월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

아프면 쉴 권리 보장되나… 7월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

6개 시·군·구에서 1단계 상병수당 시범사업 실시… 1일당 4만3960원 지급 예정

기사승인 2022-01-18 12:02:20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상병수당 시범사업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올 7월부터 시행될 1단계 시범사업을 위한 지방자치단체 공모 절차를 19일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상병수당이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 발생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이번 상병수당 시범사업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랜 과제로 남아있던 상병수당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계기로 근로자의 ‘아프면 쉴 권리’가 부각되며 한국에서도 상병수당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2020년 7월 노사정 사회적 협약 체결을 계고로 상병수당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추진됐고 지난해 4월부터 관계부처, 노동계, 경영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병수당 제도기획자문위원회’를 운영했다. 이를 토대로 지낸해 국회에서 110억원의 상병수당 시범사업 예산이 편성됐다.

복지부는 3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 모형별 상병수당 대상자의 규모, 평균 지원 기간, 소요재정 등 정책효과를 비교·분석하고, 원활한 사회적 논의를 위한 실증 근거 및 사례를 축적할 예정이다. 1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질병의 보장범위, 2단계에서는 보장수준 및 방법에 따른 정책효과를 분석하고, 3단계에서는 본 사업의 모형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제도를 최종 점검할 계획이다.

1단계 시범사업은 오는 7월부터 1년간 시행될 예정이며, 6개 지역(시·군·구)에 3개 모형을 적용한다. 지원대상은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며, 본인의 근로를 통해 소득이 발생하는 취업자로, 상병 요건 등을 충족하는 경우 상병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취업자 인정요건 및 제출서류 등은 추가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확정 후 안내할 예정이다. 

1단계 상병수당 시범사업 모형.   보건복지부

상병수당을 지원하는 상병의 범위 및 요건은 3개의 사업모형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첫 번째 모형은 ‘근로활동 불가 모형’으로, 근로자가 질병 및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그 기간만큼 상병수당을 지급한다. 이 모형에서는 근로자의 병원 입원 여부와 관계없이 질병 및 부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대상자로 인정된다. 첫 번째 모형의 대기기간은 7일이고, 1년 이내 최대 90일까지 급여 지급이 보장된다. 상병수당 제도의 대기기간이란 상병으로 근로가 어려운 경우 대기기간의 다음 날부터 상병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번째 모형도 ‘근로활동 불가 모형’으로, 대기기간은 14일이며 1년 이내 최대 120일까지 급여 지급이 보장된다. 두 모형의 대기기간을 달리 설정한 것은 대기기간에 따른 대상자 규모와 정책효과 차이를 분석하기 위함이다. 

세 번째 모형은 ‘의료이용일수 모형’으로, 근로자가 입원한 경우 대상자로 인정하되, 대기기간은 3일로 짧게 적용된다. 이 모형에서 상병수당은 해당 입원 및 관련된 외래 진료일수에 대해 지급하며, 보장 기간은 1년 이내 최대 90일이다. 

요건을 충족하는 대상자에게는 급여 지급 기간 동안 하루에 올해 최저임금의 60%인 4만3960원을 지급한다. 1단계 사업에서는 질병의 보장범위에 따른 정책 효과 분석이 주요 목적이므로 다른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괄 정액 급여를 지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나, 2단계부터는 정률 급여 지급 방식을 일부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 제도의 보장방식 및 수준은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상병수당 신청·지급 절차.   보건복지부

상병수당의 신청·지급 절차는 상병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상병수당 진단서를 발급받고, 상병수당 신청서와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또는 관할 지사에 제출하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취업요건 등 수급요건을 확인하고, 근로활동 불가기간 또는 의료이용일수가 적정한지를 심사하여 급여지급일수를 확정·통보한다. 건보공단은 급여 지급이 결정된 이후에도 소득상실 및 근로 여부 등을 확인하며, 필요 시 사업장·자택 등을 방문하여 부정수급 여부를 점검한다. 수급 기간이 종료된 수급자는 근로에 복귀하거나, 합병증의 발병 등으로 부득이한 경우 수급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추진 여건, 추진 기반, 사업계획의 적절성 및 충실성, 사업추진 의지 등을 평가하여 3월 말경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공모에 참여하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19일부터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평가기준 등 구체적 공모 내용 및 제출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최종균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상병수당 제도는 감염병 확산 방지뿐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질병으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제도이며, 우리나라 사회보장체계의 마지막 퍼즐”이라며 “우리나라의 여건에 적합한 상병수당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6월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상병수당 지급을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박범계 의원도 발의한 바 있다.   사진=노상우 기자

한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상병수당 보장률이 해외에 비해 낮고, 기간도 국제노동기구(ILO)가 상병급여 협약에서 제시한 최소 52주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변성미 복지부 상병수당TF팀장은 “이번 시범사업 모형이 본 사업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정책 효과를 보는 데 있다”며 “1단계에선 질병 범위별 효과 분석을 위해 정액으로 설계했다. 2단계에서는 정률도 해볼 계획이다. 시범사업의 기간이 정해져 있어 최대 보장 기간도 장기적으로 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시범사업이기에 불가피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본 제도에서는 적정한 보장수준과 기간, 소요재정 등을 연계해 국회, 재정당국 등과 함께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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