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안전한 사업장 구축 마중물은 '정부지원' [안전한 사업장③]

중소기업 안전한 사업장 구축 마중물은 '정부지원' [안전한 사업장③]

대기업과 견줘 중대재해 대응 여력 부족
컨설팅·안전비용 지원 등 정부 지원 시급
학계 "안전체계구축, 기업 노력만으로는 힘들어"

기사승인 2022-01-21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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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사업장③] 中企 안전 사업장 구축 마중물 ‘정부지원'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우선돼야 합니다."

일주일 앞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시행에 중소기업업계는 처벌이 목적이 아닌 예방에 목적을 두고 정부 주도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견줘 자금력 등 중대재해 대응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에 중대재해예방 컨설팅, 안전구축 비용 지원, 법 적용 유예확대 및 계도 등 과정이 법 시행 전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이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의 건설업체는 법 적용이 3년(2024년) 유예됐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지난해 12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 국내 중소제조업체 32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 조사에서 2곳 중 1곳(53.7%)은 '법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기중앙회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안전관리 진단 매뉴얼'을 발간하면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법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법 의무 사항 준수가 어렵다고 답한 기업의 90% 가까이는 안전 예방 등 의무 이해 어려움(40.2%)과 전담 인력 부족 문제(35%)를 꼬집었다. 중대재해법 의무사항을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전담 인력 확보도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기도 마두역 인근 한 상가건물 지하 기둥 일부가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박효상 기자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중대재해법 가이드북과 해설서 그리고 최근 FAQ( 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 묻는 질문)까지 내놨지만, 예방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와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법률 적용 등에 명확한 기준을 여전히 내지 못하고 있어 산업 현장에 혼란만 가중한다는 비판이 꾸준하다.

중대재해법 가운데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성 조항을 꺼내 보면 구성원은 두 명만 배치만 하면 된다. 하지만 사업장이 여러 곳일 경우 안전보건 전담인력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인건비 부담은 곧바로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2년 넘게 지속하는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데 인건비 증가는 경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대기업은 법 이후에도 법무법인이나 자체 조직 강화를 통해 충분히 대응해 나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런 여력이 없어 취약하다"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산업부와 중기부 등 정부당국은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대응하기 위한 자금대출과 교육, 인프라구축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등에 법 유예 대상을 넓히고 즉각적인 법 시행에 앞서 계도기간 도입과 안전 예방 구축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처벌에 대한 명확성이 떨어져 이에 대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안전의무를 다한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처벌 보다는 예방이 먼저 되어야 하고 계도기간을 거처 법을 보완해야 한다. 또 정부의 컨설팅 등 지원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도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에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업 경영자 노력만으로는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확립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강영기 고려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주저자)와 이창대·이성남 국립목포대 교수(공동 저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방안 등에 대한 검토' 논문을 통해 "중대재해발생은 고의보다 과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충실한 안전보건 관리체제 구축이 중요한데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은 기업과 정부가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책임자 노력으로 확립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 인식이 반영돼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제에 대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지만 중소기업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명시하는 안전관리책임자를 적시에 수급해 배치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양질의 안전보건관리를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연 제2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에서 이동근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사망사고가 안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노력이 필수지만 이와 함께 개별 기업이 안전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법·제도가 명확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의 안전지원사업도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중대재해법 준수를 위한 기업 지원과 법률 보완사항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법률 모니터링과 사업장 현황 파악을 통해 업계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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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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