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모바일서 PC로 눈 돌린 사연은?

게임업계가 모바일서 PC로 눈 돌린 사연은?

기사승인 2022-01-25 06:30:01
최근 몇 년간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작을 출시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PC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2D 플랫포머(캐릭터를 조종할 때 발판 위를 뛰어다니는 점프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 장르),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액션 배틀 등 장르도 다양하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네오위즈, 넷마블 등의 국내 게임사가 연초부터 다양한 PC게임을 출시한다. 업계 내부에서는 “셧다운제 폐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 등 다양한 이유로 모처럼 PC게임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오위즈 '블레이드 어썰트'.   네오위즈

지난해 스팀 플랫폼을 통해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사망여각’, ‘댄디 에이스’ 등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 네오위즈는 올해도 PC게임 출시에 집중한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블레이드 어썰트’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얼리 엑세스(미리 해보기)로 스팀에 출시된 이 게임은 화려한 픽셀 아트와 전투 상황에 맞춰 전략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전투 시스템 및 조작감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모바일 강자’ 넷마블도 오랜만에 PC게임을 선보인다. 22일 스팀에서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를 시작한 ‘오버프라임’은 3D TPS(3인칭 슈팅게임) MOBA 게임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오버프라임은 빠른 템포 전투와 팀을 기반으로 한 전략성, 협동 플레이가 강점인 게임이다. 넷마블은 CBT 이후 연내 얼리 액세스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며, PC 버전 출시 이후 콘솔 버전도 출시한다고 밝혔다.

넥슨 '커츠펠'.   넥슨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맏형 격인 넥슨도 ‘커츠펠’을 시작으로 다수의 PC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13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커츠펠은 ‘그랜드체이스’, ‘엘소드’ 등의 명작을 제작한 KOG에서 개발한 PC 온라인 액션 배틀게임으로 셀 애니메이션 풍 비주얼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용자 간의 전투로 진행되는 PvP 콘텐츠 ‘쟁탈전’ ‘다승전’ ‘점령전’ 등과 스토리를 진행하며 성장하는 PvE ‘몬스터 임무’ 콘텐츠도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 땅: 듀랑고'의 이은석 디렉터의 대규모 백병전 PvP 액션게임 ‘프로젝트 HP’, 넷게임즈의 박용현 사단이 개발 중인 루트슈터(Looter Shooter) 장르의 ‘프로젝트 매그넘’, 넥슨지티의 신작 TPS ‘프로젝트 D’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 '프로젝트 TL'.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연내 ‘프로젝트 TL’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알려진 이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도 꼽히는 흥행 기대작이다. '프로젝트TL'은 엔씨소프트의 크로스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통해 PC와 콘솔 시장을 동시 공략하는 게 목표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서바이벌 장르 ‘디스테라(리얼리티 매직 제작, 카카오게임즈 서비스)’, ‘더 밴시(픽셀크루즈 제작, 라인게임즈 서비스)’ 등도 연내 공개를 위해 개발 중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모바일 게임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PC게임 개발 수 자체가 감소했다”며 “그나마 출시된 PC게임도 흥행부진을 겪으며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기 출시된 PC게임 가운데 현재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 ‘로스트아크’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라며 “지금은 인디개발사도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작 PC게임 출시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연초부터 시작된 PC게임 ‘강세’는 ‘셧다운제’ 폐지와 글로벌 시장 영향력 강화 등 두 가지 요소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새해 첫날을 기점으로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폐지됐다. 2011년 11월 20일 시행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0~6시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시키는 ‘족쇄’가 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2010년 중반부터 게임사들이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PC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며 “한국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제도가 사라지면서 게임사들이 다시 PC게임을 하나둘씩 개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PC게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게임사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검은사막, 배틀그라운드처럼 해외시장에서도 흥행하는 국산 게임의 대부분 PC 플랫폼으로 출시된 작품”이라며 “국내에서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위주의 모바일 게임의 수요가 높을 수 있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모바일 시장에서는 퍼즐 게임과 같은 캐주얼 장르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자된 큰 규모의 게임은 PC로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 나아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같은 시도가 이어져 한국 개발사도 AAA급 게임을 출시하고 향후에는 ‘더 게임 오브 이어(GOTY)’ 반열에 오르는 작품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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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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