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년 간 공들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다. 정부는 올해 7차례 이어진 북한 미사일 발사에 처음으로 ‘규탄’ 표현을 쓰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30일 오전 7시52분쯤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고각 발사 형태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최대 고도 2000㎞를 솟아 사거리 800㎞ 가량 비행했다.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2017년 9월 이후 이번이다. 북한은 대미·대남 대화를 시작한 2018년부터 중거리급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직접 상황관리에 나섰다. 올해 들어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NSC 상임위 수준으로만 회의를 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형식면에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2017년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관련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NSC 상임위에서도 입장 표명 수위가 올라갔다. 앞서 ‘우려’ 또는 ‘유감’ 표명 정도를 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규탄한다’는 표현을 썼다.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해결 요구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이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안정을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을 훼손하고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에 대해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한반도 상황의 평화적 관리와 대화 정세로의 전환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열어뒀다. 문 대통령 역시 NCS 전체회의에서 “북한은 긴장 조성과 압박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