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발작과 캐시우드의 몰락 [기자수첩]

증시 발작과 캐시우드의 몰락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2-05 06:10:0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조기 인상과 양적 긴축 여파로 기술주 중심으로 한 일부 종목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혁신기술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아크인베스트의 대표 펀드 ‘아크 이노베이션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1년 기준으로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른바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우드가 CEO(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이 회사의 펀드는 코로나19 당시 대부분 펀드가 100%가 넘는 수익률을 내면서 시장에 큰 관심을 받았다.

캐시우드의 투자 철학은 향후 미래가치를 베팅한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가 향후 혁신 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AI(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유전자 기술, 핀테크, 블록체인 등이다. 그에게 있어서 대형 빅테크(MAGA,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페이스북) 투자는 국채 투자만도 못한 것이다. 

캐시우드가 운용하는 혁신 기업 펀드가 고공행진하자 일부 언론은 투자의 대가 워런버핏을 도마에 올렸다. 호사가들은 워런버핏의 투자 방식은 시대에 뒤쳐진 것으로 치부했다. 심지어 코로나19 초기에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주린이(주식초보를 일컫는 은어) 조차 워런 버핏은 ‘한물 갔다’고 비하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PDR(Price to Dream Ratio)라는 황당한 지표를 가치분석이라고 내놓았다. PDR이란 말 그대로 ‘기업가치를 꿈(잠재력)으로 판단하자’는 뜻이다. 기존에 투자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은 혁신 기술주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평가에서 나온 용어다.

실제 유동성 공급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중소형 성장주가 큰 주목을 받았다. 자율주행, 메타버스, 비대면 수혜주 등은 기업의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양적완화 정책이 저물어가면서 이러한 거품은 조금씩 꺼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맞춰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태도도 돌변했다. 유동성 공급이 풍부했던 시기에는 마치 연인을 대하듯 포용력 있는 시선으로 대했으나  지금은 언제 목을 칠지 모르는 망나니로 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나스닥 시장에서 고평가 성장주는 말 그대로 ‘참교육’을 당하고 있다. 캐시우드의 대표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줌(Zoom)의 주가는 고점 대비 70% 하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언택트 관련주로 주가가 폭등했으나 거품이 꺼지자 주가도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심지어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은 나스닥 대형기술주(FANNG) 메타플랫폼(페이스북)과 넷플릭스마저 실적 발표 이후 당일 주가가 20% 넘게 급락했다. 캐시우드의 대표펀드 수익률도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상태다. 더 이상 시장은 관용을 베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캐시우드 대표 펀드에 공매도하는 ETF까지 등장했다.

캐시우드는 최근 부진한 수익률이 도마에 오르자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 너머를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오히려 캐시우드 펀드에서 수익을 낸 사람들은 장기투자자가 아니라 단기적 차익에 성공한 이들이다. 

주가는 미래가치를 담보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실적이 뒷받침 되는 미래성장성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위대한 기업으로 불리는 것은 단순히 높은 시가총액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기업은 수 십년간 기술과 트렌드가 변하는 시장에서 꾸준히 살아남았다. 한때 2000년 초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GE는 이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이 기업은 한참 전에 S&P500지수에도 퇴출됐다.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흥망성쇠는 있는 법이다. 혁신을 받쳐줄 수 있는 이익 성장이 없다면 그저 ‘빈껍데기’일 뿐이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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