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CAS 제소, 판정 번복 가능할까 [올림Pick]

쇼트트랙 CAS 제소, 판정 번복 가능할까 [올림Pick]

기사승인 2022-02-08 12:19:00
7일 열린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를 추월한 황대헌.   연합뉴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쇼트트랙 판정 문제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기로 했지만, 판정 번복 가능성은 사실상 적다는 시각이 나온다.

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는  각각 조 1위와 2위로 들어오고도 실격됐다. 레이스 도중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되고, 대신 조 3위였던 중국 선수들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까지 따냈다. 

이에 한국 선수단은 CAS에 제소를 결정했다. 8일 긴급기자회견을 연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은 “가능한 방법을 모두 찾아 절차에 맞게 즉석 CAS에 제소하겠다”면서 “다시는 국제 빙상계와 스포츠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CAS에 제소한 바 있기 때문에 관련된 변호사단을 즉시 선정했고, 현재 제소 절차를 확인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제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AS는 어떤 곳?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CAS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에 의해 1984년에 창설됐다. 이후 1994년 IOC로부터 독립해 어떤 단체의 감독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스포츠 법과 중재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춘 87개국 출신의 중재위원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CAS는 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일어나는 판정 시비, 약물 복용 시비, 선수 자격 시비 등의 국제 스포츠 분쟁을 심판한다. 

다만 CAS는 중재를 담당할 뿐 분쟁 해결에는 나서지 않는다. CAS 내에서 논의 후 도출된 결과 및 판결은 법원에서 일부 반영은 되지만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한국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심판 판정으로 메달을 놓친 양태영에 관해 CAS를 찾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는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 이미 도핑 관련 징계를 받은 자신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CAS에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에페 준결승 당시 1초가 늦게 적용돼 금메달을 놓친 신아람.   연합뉴스

심판 판정 번복, 사실상 힘들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용구 ISU 국제 심판은 “황대헌이 무리 없이 들어가 충돌 없이 맨 앞으로 빠졌는데, 선두에 있던 중국 선수가 코너로 돌아서 들어가니까 뒤따라오던 중국 선수와 충돌이 일어났다”며 “뒤에 있던 중국 선수가 제스처를 취하는 걸 심판들이 잘못 보고 그걸 황대헌과 충돌이 있었다는 걸로 판단을 하고 실격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에는 ‘뒤늦은 부정 출열로 인해서 접촉이 있는 경우에 실격을 주게 돼 있다’고 돼있으나, 영상이나 경기에서는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실격은 안 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견해를 전했다.

하지만 이번 CAS 제소로 황대헌과 이준서가 구제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CAS는 판정에 심판 매수 등의 부정이 개입한 것이 아니면 심판 판정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2004년 양태영은 기계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57.774점을 받아 57.823점을 기록한 폴 햄(미국)에게 0.049점 차로 져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확인 결과 개인종합의 한 종목인 평행봉에서 심판이 가산점 0.2의 연기를 0.1로 판정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평행봉 주심이 미국인 조지 벡스테드였고, 기술 심판 중 한 명은 햄의 고향에서 수년간 지도자와 심판으로 활약한 부이트라고 레예스(콜롬비아)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국제체조연맹 역시 판정 논란이 커지자 자체 분석을 통해 양태영이 오심에 따른 0.1점을 손해 봐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고 시인하고 주심과 기술심 등에게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CAS는 “승부 조작이나 심판 매수가 아닌 심판의 실수에 따른 오심의 결과는 번복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해 양태영은 동메달을 거머쥐는 데 그쳐야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엔 펜싱 신아람이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경기에서 1초만 버티면 이기는 상황이었으나 당시 심판이 1초를 지나치게 길게 적용해 역전패했다. 우리 선수단은 CAS 제소를 검토했으나 “판정에 부정이 개입했거나 의도적인 잘못이 아니면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국제변호사 조언에 따라 제소를 포기했다.

8일 긴급기자회견을 연 윤홍근 선수단장.   연합뉴스

강력한 항의 메시지‧ 차후 불이익 방지 차원

앞선 사례에도 우리 선수단이 CAS 제소를 결정한 건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차후 있을 경기에서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윤 선수단장은 “국제빙상연맹(ISU) 및 IOC에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또한 IOC 위원인 이기홍 회장과 유승민 위원을 통해 직접 IOC 위원장과의 즉석 면담도 현재 요청했다”며 “그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는 이와 같은 부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선수들의 4년의 피와 땀 눈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판정 자체가 바뀌지 않을지언정 앞으로 이런 국제 경기에서의 부당한 결과는 많이 수정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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