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왕 트리톤의 딸 인어공주 에이리얼은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이 잘 성장한다. 15살이 되어 바다 위로 처음으로 올라가게 된 인어공주는 왕자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긴다. 왕자와의 사랑을 꿈꾸며 인간이 되고자 한다. 그 대가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죽음의 두려움을 알게 되고, 그리고 지느러미 대신 다리를 얻기 위해 마녀 울술라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아름다운 목소리까지 내주게 된다. 인어공주는 걸을 때마다 다리가 잘려 나가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만 왕자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하여 모든 고통을 참는다.

그러나 왕자는 자신을 폭풍에서 구해준 사람이 인어공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아름다운 공주와 결혼한다. 결국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한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빠지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인어공주의 언니들이 자신들의 머리카락과 맞바꾼 마녀에게 얻은 칼을 건네주며 왕자의 심장을 찔러 흐르는 피를 다리에 적시면 목소리와 꼬리지느러미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어공주는 끝내 사랑하는 왕자를 죽이지 못하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 물거품이 되어 공기로 사라져 버린다.

이런 비극적인 결말과는 달리 디즈니의 <인어공주(1989)>에서는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 에이리얼은 물고기들의 도움을 받아 마녀와 왕자의 결혼을 막고, 마녀로부터 위기에 처한 에이리얼을 에릭 왕자가 구해주고, 마녀를 뾰족한 나무로 찔러 죽인다. 마지막에는 아버지 트리톤이 삼지창을 휘둘러 딸의 꼬리를 다리로 바꿔준 다음 완전한 인간이 된다. 왕자와 결혼한 후, 배를 타고 떠나는 그들에게 트리톤은 무지개를 보여주며 축복한다.

실제로 원작에서는 비록 인어공주가 왕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지만, 불멸의 영혼을 얻고 하늘로 승천하게 되는 숭고한 희생을 보여준다. 희생(犧牲)이란 자기의 목숨, 재산, 이익 따위를 돌보지 않고 어떤 일에 바치거나 버리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의 관계에서 한 사람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에 가장 잘 맞는 표현으로 ‘살신성인(殺身成仁)’[공자(孔子)의 '논어(論語)'  ‘위령공편(衛靈公篇)’]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목숨을 바쳐 정의를 실현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 또는 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 말이다. 맹자(孟子)도 ‘사생취의(捨生取義)’라 했는데, 비슷한 말이다. “생(生)과 의(義)를 함께 취할 수 없다면 생을 버리고 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관순이나 안중근 의사 같은 애국지사가 그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희생은 보통 사람들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에서는 ‘자기희생적 리더십’이라 하여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R. R. Mai-Dalton 등은 조직상황을 전제로 ‘자기희생모형’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첫째, ‘업무분장 희생(division of labor)’이다. 다른 업무에 비해 더 위험하거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기피하는 업무, 역할, 순번 등을 자청하는 경우이다. 또한,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거나, 분담할 수 없는 위험을 혼자 감당하거나, 사고, 실수, 불운, 실패로 인한 책임과 비난을 리더 혼자 떠맡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둘째, ‘보상분배의 희생(distribution of rewards)’이다. 자신에게 공정하고 정당하게 분배되어야 할 금전적․비금전적 보상(예를 들어, 급여, 상여, 승진, 포상, 휴가, 공로에 대한 인정 등)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거나 미룰 때 발생한다. 셋째, ‘권한행사의 희생(exercise of power)’이다. 자기 자신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권한의 사용을 자제하거나 포기하는 자기희생이다. 예를 들어, 휴식시간에도 열심히 일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타인의 편의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마땅히 누릴 수 있는 시간, 자원, 지위, 특권 등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이러한 희생은 반드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라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는 ‘인어공주가 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주었으므로 버림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