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정이 은메달을 따낸 뒤 눈물을 쏟아냈다.
최민정은 11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1분28초44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전에서 크리스틴 산토스(미국),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수잔 슐팅(네덜란드), 한느 드스멧(벨기에)과 레이스를 펼친 그는 레이스 내내 4위를 유지하다 레이스 종료 2바퀴를 남기고 2위로 올라섰다. 슐팅과 함께 마지막 경합을 벌이며 대역전을 노렸지만, 한 발 모자르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격차는 0.052에 불과했다.
최민정은 레이스를 마친 뒤 눈물을 쏟았다. 평소 감정 표정을 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과 경기를 소화해 ‘악바리’ ‘얼음 공주’로 불려온 그였기에, 그의 눈물에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힘든 시간을 겪었다.
2018 베이징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했던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두 차례나 다른 선수와 부딪혀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 대회에서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당한 그는 2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3차 대회에선 은메달 1개만 목에 걸었다. 4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그를 향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다.
여기에 대회를 약 두 달 앞두고 2018년 평창 올림픽 1000m 결승에서 심석희가 이후 고의적으로 최민정과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에 임한 그는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지난 5일에 출전했던 혼성 계주에선 박장혁이 넘어져 예선 탈락했고, 지난 7일 여자 500m에서도 준준결승에서 넘어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1000m 결승전으로 향하는 길도 쉽지 않았다. 준준결승에선 얼음에 걸려 넘어질뻔하고, 준결승에선 3위로 통과해 간신히 결승 무대를 밟았다. 결승전 레이스를 끝마치자 그는 그간 겪어온 일들 때문인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들어선 그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이 나는지 모르겠다”면서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게 생각이 나서 그런거 같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민정은 눈물을 닦은 뒤 “메달을 딸 수 있어 너무 좋았고, 힘들게 준비하는 동안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이겨낼 수 있었다.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라며 “오늘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런 부분들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더 노력해서 나머지 종목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는 “엄마와 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 국민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3000m 계주와 1500m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