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강남3구에서 집값 하락 지역이 등장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집값 상승률 전망치를 3.7%로 제시했던 연구기관이 전망치 조정에 나섰다. 전망치 발표 3개월 만에 올해 전망치를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낮췄다.
16일 금융권 연구기관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2월 경제 브리프’를 보면 올해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을 1.54%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 전망치로 제시한 3.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구소는 “2022년 주택가격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가중, 세제·대출 규제 강화, 주택공급 확대, 다년간 급등에 따른 관망수요로 매매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연구기관에서 나온 첫 전망치 조정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보면 연구소의 전망치 조정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1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은 0.1% 상승했다. 상승을 유지했지만 수도권(0.33%→0.06%)과 지방(0.25%→0.14%) 모두 상승폭이 크게 하락했다.
시장의 움직임은 주간통계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7일 기준)에 따르면 집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3주 연속 0.01% 하락했다. 특히 ‘똘똘한 한 채’로 주목받은 강남3구에서도 하락 지역이 등장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이 0.02% 떨어졌다.
주택 매수심리도 계속해서 위축되고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는 ‘1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05.8로 전달(109.4)보다 3.6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5 이상이면 상승국면, 95∼115 미만이면 보합국면, 95 미만이면 하강국면으로 분류한다.
부동산원은 글로벌 통화긴축 우려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가와 매수심리, 거래활동 위축세가 지속되면서 상승폭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연구소와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망치가 단기간에 크게 조정되면서 신뢰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수로 제시된 요소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고, 아직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조정 폭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연구원은 “경제 환경은 급변할 수 있고 연구소마다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어 전망치를 조정할 수 있지만 연간 전망을 이렇게 단기간에 조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전망치가 조정됐다”며 “단기간에 전망치가 크게 조정되면 전망치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정으로 다른 연구기관도 전망치 조정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주택산업연구원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5%, 2%로 제시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두 기관 보다 높은 5.0%로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 예산안 중 양도소득세 추계에 올해 집값이 수도권 5.1%, 지방 3.5% 상승할 것으로 반영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