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 계속 임대주택에 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있나요?”
정부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 간 집값을 나눠 지불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청년들은 “누가 30년 동안 같은 곳에 거주하느냐”면서 더군다나 분양주택도 아닌 임대주택과 다를 바도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복지 문제 해결의 시작은 분양주택보다도 임대주택을 늘리는 방향에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을 5만4000호를 공급키로 했다. 소형주택 위주의 임대주택에 중형 평형을 도입하고, 목돈이 부족한 청년을 위해 20~30년 간 분할납부하는 공공분양주택(공공자가주택 지분적립형)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분적립형주택이란 쉽게 말해 집값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내는 할부주택인 셈이다. 분양가의 10~25%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 지분은 20∼30년에 걸쳐 나눠 내면서 주택의 완전한 소유권을 갖는 방식이다. 지분을 100% 소유하기 전까지는 잔여지분의 임대료(주변 시세 80% 수준)를 공공주택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지불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유관계가 불분명하고 전매가 제한되는 등 사실상 ‘장기 임대주택’과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집의 지분을 온전히 취득하지 못한 채 정부에 일정 수준의 임차보증금과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매 제한도 변수이다. 입주자가 중도에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정부가 정한 ‘정상가격’ 이하로만 팔 수 있게 된다. 처분 시점에는 지분 비율대로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눠 갖게 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은 “청년 주거 복지 문제를 임대주택으로 해결하기엔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영구임대주택 등에 살면서 주거사다리 정책을 통해 청년들이 살 수 있게끔 해야지 지분적립형 주택처럼 정부가 수익배분을 하는 식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가처분소득을 늘리면 내집마련에 보다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모든 국민들의 상황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역으로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목소리가 크다. 마포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청년들 중에 한 집에 20~30년씩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주변 친구들만 하더라도 이직을 1년 주기로 하기도 한다”면서 “같은 곳에서 수 십 년씩 머무르면서 정부에 돈을 갚으라는 정책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정엽 마포주거복지센터 센터장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설계된 정책인 것은 맞다”면서 “다만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분양주택을 만들기보다 장기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좋다고 본다. 청년들이 장기적으로 거주하지 않을 텐데 그럴 경우 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더욱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 지분적립형이라고 할지라도 경제적이든 생애주기상이든 집을 살 수 있는 청년들은 한정적이다”라면서 “분양주택 수요도 있겠지만 저렴하고 질 좋은 임대주택을 많이 만드는 방향이 나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또 박 센터장은 “분쟁의 소지도 꽤나 있어 보인다”면서 “예컨대 뉴스테이 등과 같이 지분적립형과 비슷한 구조의 임대주택을 보면 분양가 전환 시 최초 분양가로 할지 오른 분양가로 할지와 같은 문제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