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도 좋지만”…이재명 예술인복지법, 인사동서 물었더니[민심 프리즘]

“100만원도 좋지만”…이재명 예술인복지법, 인사동서 물었더니[민심 프리즘]

인사동 예술가들이 평가한 李 ‘예술인복지법' 성적표
예술인들 입모아 “예술계 관심에 감사”
“돈 이외에 실질적 지원 필요” 의견도

기사승인 2022-02-18 12:00:02

▲인사동 모 갤러리의 빈 화랑.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어우 상상만 해도 벌써 좋은데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홍보 중인 함성규(26·남)실장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살은 에는 듯한 바람과 맞서고 있다. 추위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길을 잠깐이라도 머물게 하기는 어려워보였다. 그는 '공연 홍보'에 실패하자 하릴없이 담배를 피웠다. 그에게 다가갔을 때 불은 뿜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라이터의 열기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는 '예술인들에게 연 100만원 기본소득 지급'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깨를 들썩이며 "보조금도 좋지만 일단 코로나19가 끝나야 (상황이) 진전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처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전한 그는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모 아동극 배우(28·남)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묻자 마스크 위로 온 안면에 화색이 가득했다. 그는 "이 후보의 해당 공약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인사동 예술가들이 말하다: 이재명의 '예술인복지법'은 OOO

▲인사동 희수 갤러리. 사진(위)은 우순남 작가의 첫 개인전 '낙화' 속 작품이다.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다만 인사동 현장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적이 드문 한 갤러리의 초입에 들어서자 난방기의 뜨거운 바람과 동시에 싸늘한 공기가 부유(浮遊)했다. 서양화가 이헌용(56·남)씨는 '예술인복지법'을 듣자 허허 웃으며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 안에는 집기와 포스터 등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그는 "미술 작가들은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운을 떼며 "예술가들은 현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돈이 없어) 심적으로 불안하면 작품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현실적인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후보의 '예술인복지법' 공약 중 '공공임대주택 보급 확대'에 대해 묻자 그는 "실질적으로 자격 조건 등의 제도가 간략화되어야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에 따르면 예술인들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 때나 화랑을 정할 때에도 자격조건에 부합하지 못하여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 예술인들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한 대안을 묻자 △실질적 비용 보조 △물류 창고 대여 등을 제시했다. 그는 현실적인 수치와 함께 비용 보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사동의 목 좋은 갤러리는 하루 대관료만 7-8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액자 값도 하나당 15만원에서 비싸게는 30만원까지 나간다. 보통 30개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가정하면 벌써 450-600만원이 나간다"고 열거하며 "여기에 그림 운송비, 설치비, 식비, 반송비,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전시회 한 번 여는 데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암담한 상황 뒤에 그는 이 후보를 향해 '물류 창고 대여' 같은 실질적인 보조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천에 물류 창고가 있는 것처럼 온도·습도를 고려한 그림 창고를 대여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관련 렌트 사업이 있지만 운송비 등이 비싸다는 제약이 뒤따르고 있었다.

인사동 희수 갤러리에서 '낙화' 개인전을 전시 중인 우순남 작가(53·여)도 실질적인 지원이 긴요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그는 "100만원도 좋지만 예술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시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시 공간 대관료뿐만 아니라 물감 등의 재료비, 도록 제작비 등이 많이 소요된다"고 답하며 "실질적으로 국가나 가족의 도움이 없다면 굉장히 힘들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공적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색다른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갔던 당시 산타바바라(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술관에서는 르누아르의 작품 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매주 무료로 볼 수 있었다"고 답한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의 도움을 통해 주민들이 어디에서든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말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살바도르 달리, 르누아르, 바스키아 등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판화가 박상미씨와 서경주씨의 전시 브로슈어.   사진=오정우 인턴기자

판화가 박성미(63·여)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는 "재생산이 중요하다"고 거듭 반복하면서 "100만원 줘봤자 소모적인 비용으로 빠져나갈 뿐"이라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후보가 현실적인 부분을 다소 간과한고 있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가령 "젊은 이들은 작품 판매보다 알리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강남이나 청담동보다는 인사동, 북촌같이 걸어다니면서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예술인들은 1월과 8월이 가장 큰 비수기"라고 귀띔하며 "이 때만이라도 정부에서 가격을 보조해줘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열변했다.

이어 그는 △재료(물감) 구매 관련 바우처 지급 △오픈 스튜디오 유치 등을 즉석으로 고안해냈다. 그는 "현금으로 주면 정치인들은 관리하기 편하겠지만 소모적인 비용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항변하며 "한가람 등과 제휴하여 쿠폰을 지급한다면 다른 요인으로 돈이 유출되지 않고 잘 쓰일 것"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파리에서 유학을 했던 그는 당시의 기억을 되짚으며 '오픈 스튜디오'를 제안하기도 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얘기했는데, 오픈 스튜디오로 운영하면 어떨까 해요. 정부는 노후 건물을 활용하거나 토지 수용해서 나눠주기만 하면 돼요. 인테리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충분하거든요. 그 주위로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차례로 주차장 등이 들어서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봐요." 그는 손을 층층이 겹치며 스튜디오 주위로 각종 몰(mall)등이 들어선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작가의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가가 한 공간에 적응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반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1년만에 성과를 내놓으라고 안달이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공공임대주택 등에 입주하는 작가는 최소 2년 이상의 주거권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이 후보는 '예술인복지법'을 공약하며 공식선거운동 이후 줄곧 문화예술인들과 유세 현장을 함께하고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치러진 유세 현장에도 2명의 예술인이 마이크를 잡아 이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이 후보와 예술인들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오정우 인턴기자 loribv041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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