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담은 힙한 한국’. 박찬욱 감독이 애플과 협업해 18일 유튜브에 공개한 단편영화 ‘일장춘몽’을 한 줄로 설명하면 이렇다. 사극, 무협, 로맨틱코미디, 마당극 등 여러 장르가 뒤섞여 독특하고 세련된 인상을 줘서다. 촬영에 동원된 카메라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아이폰 13 프로. 이날 온라인에서 만난 박 감독은 “휴대전화로 촬영한다는 소식에 ‘자유롭다’는 문장이 먼저 떠올랐고, 여기서 출발해 마음껏 노는 잔치판 같은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짧지만 야심차게 만든 영화”
‘일장춘몽’은 장의사와 죽은 두 영혼의 얘기다. 어느 장의사(유해진)가 마을 은인 흰담비(김옥빈)를 위해 관을 만들려고 무덤을 파헤쳤다가 그곳에 묻혀있던 검객(박정민)을 깨운다는 내용이다. 박 감독은 “짧은 영화지만 야심차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은 제작진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시나리오는 박찬욱·박찬경 감독이 함께 썼고, 영화 ‘1987’(감독 장준환), ‘암살’(감독 최동훈) 등에 참여한 김우형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신명나는 음악은 밴드 이날치 리더 장영규의 솜씨다. 여기에 박 감독과 영화 ‘아가씨’에서 호흡했던 류성희 미술감독이 힘을 보탰고,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스타덤에 오른 모니카는 안무 감독으로 참여했다.
△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 결정, 박찬욱이니까”
내로라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은 건 박 감독의 힘이었다. 박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유해진은 “모든 배우들이 박 감독님과 작업하길 원한다. 나도 그랬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처음 (박 감독에게) 연락받고 ‘띠용’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박 감독님 작품이라,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시나리오를 보니 액션 장면이 많아서 ‘어랍쇼’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박쥐’ 이후 13년 만에 박 감독과 재회한 김옥빈은 “20대 때 한 번, 30대 때 한 번 (박 감독과) 작업했으니, 40대 때도 또 하고 싶다”면서 “오랜만에 뵈니 감독님 아우라가 더욱 커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렌즈 없이 오직 휴대전화로만”
배우들에게도 ‘휴대전화 촬영’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김옥빈은 “‘이 작은 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을까’ ‘완성도가 괜찮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완성본을 보니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며 “촬영 때도 카메라가 있는 듯 없는 듯 느껴져서 편안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 연출작인 ‘반장선거’를 내놓았던 박정민은 “나도 나중에 단편영화를 연출한다면,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을) 한 번 시도해볼만 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