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센스’ 어땠어? 볼까 말까? [모럴센스 리플레이①]

‘모럴센스’ 어땠어? 볼까 말까? [모럴센스 리플레이①]

기사승인 2022-02-19 06:00:02
넷플릭스 ‘모럴센스’ 포스터. 넷플릭스

남다른 성적 취향을 직장 동료에게 들킨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모럴센스’(감독 박현진)에서 벌어진다. 지난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럴센스’는 복종과 피학에서 쾌감을 느끼는 정지후(이준영)가 같은 회사 같은 팀 직원 정지우(서현)에게 취향을 들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작품은 지후와 지우가 BDSM(구속·훈육·지배·굴복·가학·피학을 포함한 성적 취향)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정상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이 발칙하고 섬세한 로맨스 영화를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보고 이야기 나눴다.


Q. ‘모럴센스’, 어땠어?

“기대했던 것보다 볼만했어. 독특한 소재로 유인하는 그저 그런 로맨틱코미디일 거라 생각했거든. 막상 보니까 BDSM이 뭔지 잘 모르거나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소개하는 교육용 영화 같았어. 인물들의 매력도 잘 살아서 재밌기도 하고. 동시에 한국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도 들었어.” (이준범 기자)

“위험한 소재를 안전하게 풀어냈다고 느꼈어. BDSM에 진지하게 접근한 원작의 힘이 컸다고 봐.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을 보면서 잔혹하고 비정한 폭력 묘사가 ‘넷플릭스스러움’으로 통용되는 것 같았는데, ‘모럴센스’는 달라. 색다른 소재를 통해 넷플릭스이기에 가능한 영역을 보여줬다고 생각해.” (이은호 기자)

“좋은 지점과 아쉬운 지점이 뚜렷하다고 느꼈어. 새로운 소재를 가져온 건 좋았지만, 소재만 보고 기대감을 가지면 실망할 수 있거든. 반대로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하고 보면 놀랄 부분도 많아. 소재 외에는 굉장히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야.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진 장면도 있었지만, 배우들이 매력적이어서 충분히 상쇄됐어.” (김예슬 기자)

‘모럴센스’의 배우 이준영(왼쪽)과 서현. 넷플릭스


Q. 어떤 점이 좋았어?

“인물의 성향을 숨기려 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그저 남들과 다른 것으로 그리는 점이 좋았어. 성향이 다른 것이 잘못이나 범죄는 아니잖아. 하지만 그들의 수가 적고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면 교정하거나 모두가 피하는 이상한 존재가 되지. 이건 성향만의 문제는 아닐 거야. 영화는 그 지점을 정확하게 건드려서 인물에게 해방감과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고, 의도치 않게 슬픈 상황을 보여주기도 해. 그리고 두 사람이 남들과 다른 성향을 알아가고 하나씩 해보는 모습은 첫 연애를 경험하는 과정과 겹쳐지게 그려져. 아마 감독은 알면서도 일부러 전형적인 로맨스 장르 법칙을 따르지 않았을까 생각해.” (이준범 기자)

“영화가 담은 메시지가 좋았어. 실제 BDSM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오해나, 여러 편견 때문에 이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완곡하게 잘 보여준 것 같아. 극 중 BDSM 성향자인 혜미(이엘)가 ‘내가 변태라고 네가 날 함부로 대할 권리는 없다’고 말한 부분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메시지라고 느꼈어. 내면의 아픔을 가진 사람과 편견 없는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게 마음에 들었어. BDSM 소재로 힐링 로맨스를 표현한 게 신선했어.” (김예슬 기자)

“상호 존중과 합의를 강조한 덕에 그런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봐. ‘모럴센스’ 공개 전부터 BDSM 소재를 두고 말이 많았잖아. BDSM을 빙자한 성범죄가 많았으니, 우려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모럴센스’는 BDSM 관계가 반드시 당사자 간 합의 하에 맺어져야 한다고 거듭 얘기해. 예를 들어 지후와 지우는 파트너십을 시작하기에 앞서 계약서를 써서 규칙을 정하지. 반대로 혜미의 사례를 통해 합의되지 않은 BDSM 플레이는 성범죄라는 사실도 선명하게 드러내고. 결국 문제는 BDSM 자체가 아니라, 합의와 존중이 결여된 관계 아닐까.” (이은호 기자)

“정지우 캐릭터도 인상적이었어. 회사 내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차별과 희롱들을 꼬집어주는 모습이 속 시원했거든.” (김예슬 기자)

“성희롱 가해자들은 마지막까지 현실적이더라. 불륜과 유흥업소 출입이 외부에 알려진 건 곤란하지만, 성희롱은 공개적으로 해도 문제되지 않았잖아? 완전 하이퍼리얼리즘!” (이은호 기자)

‘모럴센스’ 메인 예고편. 넷플릭스코리아 유튜브 채널


Q. 아쉬웠던 점은?

“BDSM 소재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게 우려스러워. 넷플릭스가 모든 콘텐츠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연령 심의를 거쳐 공개한다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도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이잖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도 청소년 관람 불가였지만 청소년들도 작품에서 파생된 ‘밈’을 알고 극에 나온 골목놀이를 따라 할 정도였지. ‘모럴센스’에는 BDSM이 연애감정이 발현하는 과정에 녹아있거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도 표현돼 있어. 어린아이들이 보기엔 과격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 그런 만큼 관람 연령을 규제하는 극장에서 공개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 물론, 넷플릭스여서 이런 소재를 영화화할 수 있었겠지만. 이외에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후반 전개가 몰입감을 해쳐서 아쉬웠어.” (김예슬 기자)

“나도 결말이 좀…. 특히 인사팀 징계회의 장면 말이야. 지우가 인사팀 직원들의 성희롱 발언에 즉각 항의하는데, 이 마땅한 문제 제기가 지후의 사자후 고백에 묻히는 인상이라 아쉽더라고. 계속해서 투쟁해온 건 여자 주인공이었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남자 주인공에게 넘겨주는 느낌?” (이은호 기자)

“끝까지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싶었어. 두 사람이 얽힌 관계와 생활하는 공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회사 사무실이잖아. 지우와 지후가 플레이를 하거나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 몇 장면에선 판타지처럼 표현됐지. 물론 그 둘에겐 그 순간이 영화에서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이 영화로 처음 BDSM을 접하거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집중하던 관객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할 말을 다 토해내는 마지막 장면도 누군가에겐 시원하게 느껴지겠지만, 역시나 영화니까 가능한 얘기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어서 아쉬웠어.” (이준범 기자)

‘모럴센스’ 스틸. 넷플릭스


Q. 배우들은 연기 잘 해?

“‘모럴센스’로 서현과 이준영을 다시 보게 됐어. 꽤 많은 장면에서 ‘이걸 이렇게나 잘 살린다고?’라고 감탄했거든. 소녀시대의 모범생 같던 서현이 BDSM 소재의 작품에 출연한대서 놀랐는데, 영화에도 그런 의외성이 잘 활용된 것 같아. 반대로 이준영은 전작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어. tvN ‘부암동 복수자들’의 ‘수겸 학생’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거든. 이준영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준 덕분에 다소 과격하다 싶은 장면도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어.” (김예슬 기자)

“맞아. ‘모럴센스’가 안전하게 느껴진 데는 지후를 무해하고 귀엽게 표현한 이준영의 공도 크지 않을까. 서현은 지우 역과 궁합이 좋았어. 지우가 워낙 대쪽 같잖아, 직장 상사의 성차별과 혐오 발언을 즉각 지적할 만큼. 게다가 유능하지. 서현이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보여줬던 모범생, 원칙주의자 면모가 지우에게서도 잘 묻어 나오더라고. 반대로 지우가 ‘돔’(지배자)이 된 장면에선 서현의 기존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혀 속이 시원했어. 대중이 서현에게 떠올리는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한 작품 같아.” (이은호 기자)

“두 사람 다 아이돌 출신이잖아? 영화를 보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 그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쌓은 내공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서현이 우리가 아는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설득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점점 좋은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꼈어. 이준영은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이라 감탄이 절로 나왔지. 이준영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모럴센스’를 추천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준범 기자)


Q. ‘모럴센스’ 볼까, 말까?

“한 번쯤은 시도해볼 만해. 개인적으로는 ‘모럴센스’가 ‘받아들임’에 대한 영화라고 느꼈어. 살면서 편견을 가질 일이 많잖아? 하지만 편견만 갖고 살면 그 안에 숨은 진짜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생기지. ‘모럴센스’도 그래. 솔직히 말하면, 소재 때문에 ‘불호’였지만 보고 나니 그 소재가 전부는 아니라고 느꼈거든. 일단은 보고 판단했으면 좋겠어. 이야깃거리가 많은 작품인 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으니까.” (김예슬 기자) 

“보자. 두 주연배우가 귀엽고 화면 색감도 예뻐. 등장인물을 대상화하지 않고도 성적인 긴장감이 부족함 없이 표현돼 마음이 간질거릴 거야. 직장 생활을 해봤다면 공감할 내용도 많고. 무엇보다 관계를 다루는 작품의 관점이 좋아.” (이은호 기자)

“일단은 보는 걸 추천해. 물론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어쩌면 내 신뢰도가 떨어질지도 모르지. 실제로 관객 반응도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더라고. 그럼에도 처음 나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룬 만큼 한 번쯤 볼 만한 영화인 건 분명해. 대신 주말에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보진 말아줘. 방 안에서 혼자 보는 게 나을 거란 말, 꼭 기억해.” (이준범 기자)

이은호 이준범 김예슬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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