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두고 국민의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혹감 속에서도 단일화의 끈을 여전히 놓지 않는 모양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일주일은 후보들이 단일화의 진정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제안‧답변하는 시간이었다”라며 “한 주 동안 안 후보의 제안과 관련해 윤 후보의 진정성이 없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을 국민의힘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에게 본선 3주의 기간 중 일주일이란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며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 후보의 뜻이라며 제1야당의 이런저런 사람들이 끼어들어 단일화 제안을 폄하‧왜곡했다. 우리 당이 겪은 불행을 틈타 후보사퇴설과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정치 모리배 짓을 했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국민의힘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서 선거 비용을 운운하며 단일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흘렸다. 국민의힘 관계자발로 총리 제안이 있었다는 모종의 상황이 있는 듯한 자가발전이 극성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속 보이는 전략이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듯한 모습만 보였다는 의미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관계자발로 뭔가가 있는 듯한 혹은 성사되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였고 윤 후보는 거기에 대해서 일정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사실은 국민의힘 관계자발의 단일화 마타도어에 힘을 싣고 거기에 이득을 취하려는 후보의 역할과 모습이 보였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안 후보가 직접 답을 듣겠다고 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시간을 보냈다”며 “국민 앞에 나선 대통령 후보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네거티브고 마타도어였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팀플레이로 서로 역할을 나눠서 했던 것이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경기도지사 등) 어떤 제안이나 협의가 없었다. 물밑에서 진행된 사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별다른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정권교체’를 강조하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가 말한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된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단일화 무산을 두고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양측의 책임 있는 분들이 꾸준하게 소통을 해왔다”라며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 기자회견은 상당히 의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안 후보 측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시간이 조금 지체됐다. 갑자기 이런 선언을 해서 약간 의외라는 반응이 좀 나오고 있다”며 당내 분위기를 함께 전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도 비슷하게 반응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에서 “일단 지난주에 제안한 단일화 여론조사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가장 감동적인 단일화를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에 관해 구체적인 수준까지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안 후보와 윤 후보의 공식 협상단이 공개적으로 발족해서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물밑에서는 각종 가동 가능한 채널을 통해 소통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정 정도의 의견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화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 ‘정권교체’와 ‘국민의 실망’을 언급한 것도 비슷한 이유로 풀이된다.
특히 후보들의 담판을 통한 단일화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단일화 논의를) 바틈업(Bottom-up) 방식으로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톱다운(Top-down) 방식은 충분히 가능하다. 길은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도 “양측은 신뢰가 있다. 바쁜 와중에 빈소까지 가서 서로 이야기를 했다. 정치는 생물”이라며 “투표용지 인쇄까지 일주일 가까이 남아 있다. 진정성 있게 접근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남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