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과 관련해 농인들의 참정권이 관심이다. 이들은 후보자의 발언을 제대로 전달 받기 위해 발화자별 수화통역사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관위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결국 정치권이 ‘자체 제작’이라는 방법으로 먼저 움직이는 모양새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미디어 센터 공개홀에서 열리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에 단 한 명의 수어통역사만 배치한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농인’이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수어를 일상어(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앞서 농인들은 발화자별 수어통역 배치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단 한 명의 수어통역사로는 후보들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탓이다. 발언이 겹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수어통역 화면 자체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그동안 효율성과 현실적 문제를 이유로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에 난색을 표시해왔다.
결국 정치권이 먼저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여기에는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섰다. 그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시도할 예정이다.
다만 저작권 문제 등으로 인해 수어통역 화면에 TV토론 영상 동시 송출은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수어통역사로만 이뤄진 영상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화자별 수어통역을 배치해 농인들의 참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부터 영상 제작 등에 드는 비용 등은 김 전 의원이 부담한다.
그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우선 1차만 진행하기로 했다. 사회자 한 명과 토론자 4명을 맡을 수어통역사 다섯 명을 섭외했다. TV토론이 이뤄지는 화면과 동일하게 프레임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사실 농인들이 발화자별 수어통역사 배치를 매번 요구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잘 해주지 않고 있다”라며 선관위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선관위 측은 이날 쿠키뉴스에 “2‧3차 때는 복지TV를 통해서 후보자별 수어통역사를 배치할 예정”이라며 “1차 TV토론회는 사후에 후보자별 수어통역사 영상을 제작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복지TV는 공중파 등과 달리 케이블 TV 등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야 볼 수 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