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번째 대선 투표를 앞둔 20대 유권자 최모씨(28‧남)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심 후보가 주장한 진보의 가치에 공감하고 기대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5년간 진보 정권이 보여준 치우친 페미니즘 정책과 외교・안보 실책에 큰 실망을 느꼈다”며 “이번 선거가 차악인 후보를 뽑는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적어도 진보 정권은 교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힘줘 말했다.
40‧50대의 진보 성향, 60대 이상의 보수 성향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비교적 유동적인 중도층 20‧30대가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20‧30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특정 후보 쏠림 현상이 덜한 것은 사실이지만, 2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 및 보수 정당 선호는 유의미하게 높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6~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40명을 대상으로 한 정례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 포인트)에서 20대 남성의 53.8%가 윤 후보를 지지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24.3%로 윤 후보 지지율 절반에 가까웠다. 반면 20대 여성은 이 후보 37.6%, 윤 후보 23.4%로 20대 남성보다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한편 같은 리얼미터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54.5%가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20대 남성의 보수화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했다.
19대 대선 때까지만 하더라도 20대 남성은 보수에 쏠리지 않았다. 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7%로,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14%보다 훨씬 높았다. 뚜렷한 보수 진영 인물로 구분할 수 있는 유승민 후보 지지율(19%)을 합해도 문 후보 지지율보다 낮다.
2030 세대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보수화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뚜렷해지고 있다.
쿠키뉴스 취재에 응한 20대 남성 시민들은 현 정권의 여성 우대 정책과 역차별을 20대 남성 보수화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0대 대학생 박모씨(25‧남)는 “공대는 취업률이 코로나19 이후 반 토막이 난 상황인데, 기업의 여성 할당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여학생들은 인턴도 비교적 쉽게 합격하는 편”이라고 지적하며 “하지만 남학생들은 인턴 기회 한 번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정부의 여성 우대 정책이 남성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대 직장인 김모씨(24‧남) 역시 “문재인 정부의 양성평등은 단순히 결과의 평등만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양성평등 정책에 남성은 없었다. 남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는 아니지 않냐”고 강력히 비판했다.
현 민주당 정권을 향한 20대 남성의 외교・안보 정책 비판 의식이 윤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자신을 윤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20대 시민 임모씨(22‧남)는 “기존의 외교 질서를 무시한 외교・안보 정책이 외교 관계와 안보 악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가 내세운 보수적인 가치로 경제와 외교・안보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대 유권자 김모씨(25‧남)는 “당장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 후보가 현 정권의 외교・안보분야와 페미니즘 실책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면, 결국 윤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체감상 주변 남성의 9할이 비슷한 이유로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대 대선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한 20대 남성의 선호는 뚜렷해 보인다. 현 민주당 정권의 어떤 모습에 20대 남성들이 실망을 보였는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은 어떤 인물인지 보다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지원 인턴기자 sean22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