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지 “내 꿈에 더 가까워졌다” [쿠키인터뷰]

솔지 “내 꿈에 더 가까워졌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3-03 06:00:08
가수 솔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가수 솔지는 TV에서 이렇게 노래하는 방송인 유재석을 보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단 한 번의 기회가 절실했다는 무명시절 유재석에게 자신이 겹쳐 보여서다. 솔지는 2006년 발라드 듀오 2NB로 데뷔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2012년 아이돌 그룹 EXID에 합류한 뒤에도 이렇다 할 히트곡이 나오지 않아 해체를 고민하는 지경까지 갔다.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아이돌 가창력 끝판왕’이라는 찬사를 얻기까지, 솔지는 수년 동안 보이지 않는 나날을 버텨야 했다.

자신이 지나온 긴 터널 속에서 누군가는 아직도 출구를 찾지 못해 괴로워할 것을 걱정한 걸까. 솔지는 지난달 25일 발매한 첫 솔로음반 수록곡 ‘필로’(Pillow)에서 “베개가 돼줄게. 내 어깨에 기대 꿈을 꿔 봐”라고 속삭인다. 그는 자신에게 힘이 되어준 팬들을 생각하며 이 곡 가사를 직접 썼다고 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솔지는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꿈을 이룬 사람들을 보며 강력한 위로를 받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솔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위로’는 솔지가 신보를 작업하며 여러 번 되뇐 단어다. “듣는 분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노래들을 담으려고 했어요. 하루의 휴식이 되어주는, 포근히 안아주는 듯한 노래들 말이에요.” 이렇게 고른 노래는 ‘계절의 끝에서’ ‘필로우’ ‘해브 어 굿 데이’(Have a good day) 등 4곡. 타이틀곡 ‘계절의 끝에서’에선 솔지의 가창력과 호소력이 돋보이고, 미디엄 템포의 ‘필로우’와 ‘해브 어 굿 데이’는 솔풀한 감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솔지는 “노래의 기승전결을 살려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청아한 목소리와 짙은 호소력도 담으려고 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타이틀곡 제목을 지을 땐 배우로 활동 중인 정화와 하니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두 사람은 솔지와 함께 7년간 EXID로 활동한 ‘절친’이다.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솔지가 갑상샘 항진증을 진단 받고 활동을 쉬던 때에도 그의 곁을 지켜줬던 동료들이다. 솔지는 “EXID로 활동하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덕분에 나도 성장했다”고 했다. “가수로서 유명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다 겪었어요. 큰 경험이죠. 우리를 사랑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인생이 뭔지도 배웠어요. 제겐 좋은 영향만 준 시간입니다.”

솔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ID 시절을 포함해 가수로 활동한 지난 17년은 솔지에게 긍정의 힘을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솔지는 “무명 시절엔 ‘넌 잘 될 거야. 꾸준히 열심히 하면 언젠가 기회는 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쉽지 않은 길을 겪었지만,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단련시켰다”고 돌아봤다. 갑작스런 건강 문제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던 때조차 그는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한다. 병원이나 치료법, 하다못해 건강에 좋은 음식까지, 도움을 구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어서다. 솔지는 “SNS 쪽지로 갑상샘 항진증 관련 질문들이 많이 오는데, 최대한 답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겨울 끝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뗀 솔지는 다가오는 봄을 바쁘게 채울 예정이다. 방송에 나와 신보를 알리고, 오는 26~27일엔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퍼스트 레터’(First Letter)라는 제목으로 단독 공연을 연다. 이번 달부터는 용인예술과학대 실용음악보컬과 전임교수가 돼 강단에도 선다. 가수를 꿈꾸는 학생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솔지는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고 노력하며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답했다. 솔지 자신이 바로 그렇게 꿈을 이룬 산증인이다.

“어렸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많이 겪었어요. 저는 제가 춤을 추면서 노래할 줄은 몰랐거든요.(웃음) 그러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저도 성장했어요. 제가 꿈꿔왔던 모습에 가까워졌냐고요? 네,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꿈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욱 노력해야죠.”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