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콘크리트 강도 입맛따라 적용? 피해는 국민 몫

LH, 콘크리트 강도 입맛따라 적용? 피해는 국민 몫

1년 전 콘크리트 강도 강화됐지만 적용은 아직
LH "내구성 설계 입증한 경우는 적용 대상 아냐" 설명

기사승인 2022-03-04 18:17:34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 박효상 기자

서민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익성을 이유로 정부가 고시한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지키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콘크리트 강도 강화에 대한 건설기준이 강화되면서 직접 공사비(재료비 등) 증가 등 경제성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LH가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축물 안전성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LH가 수익성을 앞세워 국민 안전은 뒷전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18일 건설기술진흥법 제44조 및 동법 시행령 제65조에 따라 제·개정된 '콘크리트구조 설계기준(KDS 14 20 00)'과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KCS 12 20 00)'를 고시했다. 같은 해 9월 제·개정된 건설기준의 내용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협조공문을 LH 등 유관 기관과 업계에 발송했다. 

제·개정된 콘크리트 건설기준은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강화해 건설구조물 내구성을 확보, 동시에 국민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주요 내용은 콘크리트 설계 시 하중에 따른 안전성뿐만 아니라 사용성과 환경조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최신 선진 콘크리트 설계와 시공기술을 반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비에 노출되는 외벽이나 난간 등의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그간 24메가파스칼(MPa)의 콘크리트 강도가 적용돼 왔으나, 철근 부식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강도 기준이 30MPa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콘크리트 강도를 나타내는 1Mpa는 콘크리트 1㎠의 넓이가 10㎏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비를 맞지 않는 외부 콘크리트와 토양, 지하수에 노출되는 콘크리트 강도 기준도 24MPa에서 27MPa로 강화했다. 기후변화 등 건설환경 변화에 따른 건축물 안전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건설 기준으로 구조물의 장수명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장수명화는 시설물 생애주기 비용 효율성과 안전성 향상을 목적으로 치명적인 손상이 발생하기 이전 시점에서 구조 및 내구 성능을 해당 시설물 전반에 대해 사전 정비해 나가는 것이다.

LH는 그러나 국가건설기준이 고시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건설안전에 모범을 보여야 할 LH가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모든 건설 공사에 공통으로 적용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술기준인 국가건설기준을 무시한 LH의 행태에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도 형성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LH는 오는 17일 열릴 예정인 국가건설기준센터 건설기준위원회(콘크리트위원회)를 앞두고 제·개정된 건설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움직임마저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위원회에서는 LH 자체시방서가 이미 고시된 정부 콘크리트구조 설계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을 심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간 건설업계는 LH가 국민 안전을 위한 정책 기준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민간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민간건설사는 개정된 국가건설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반면 공공기관인 LH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기준을 무시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건설기준이 LH에 의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LH는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콘크리트 내구성 강화 고시를 따를 경우 한 해 자체 공사비가 260억여원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비용절감을 위해 정부 고시 기준보다 낮은 콘크리트 강도를 적용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국가건설기준은 모든 공사에 공통으로 적용되어야 할 최소한의 기술기준이다. 이를 모두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LH 역시 예외일 수 없다"며 "앞으로보다 강화된 법적 규제를 통해 LH 등이 건설안전기준을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LH공사는 그러나 이 같은 업계 지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별도의 내구성 설계를 통해서 입증된 경우는 콘크리트구조 설계기준에서 규정하는 강도(값) 보다 낮은 강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KDS 콘크리트 내구성 설계기준에 따르면 관련기준의 별도 내구성설계를 통해 입증된 경우 규정 값보다 낮은 강도를 적용할 수 있다.

LH공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강화하는 기준이 변경된 것은 맞다. 변경된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다만 부칙에 보면 (콘크리트 강도) 품질을 입증하는 경우 변경된 강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고 LH는 학회 등 자문을 거쳐서 품질 입증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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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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