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선거만도 못해” 선관위 몰매…형사책임 물을 수 있을까

“반장선거만도 못해” 선관위 몰매…형사책임 물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2-03-07 14:51:37
지난 4일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관리로 몰매를 맞고 있다. 복수의 시민단체는 선관위를 고발하며 법적 다툼으로도 번졌다.

7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정희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 및 선관위 관계자를 직권남용, 직무유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법세련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로 하여금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게 하고 제 3자인 투표사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한 것은 공직선거법 157조 4항(투표지는 기표 후 그 자리에서 기표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접어 투표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또 투표지를 봉인되지 않은 종이박스, 쇼핑백 등에 담아 투표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 3자 등이 투표 내용을 볼 수 있어 비밀선거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노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 등은 투표사무원 및 투표참관인으로 하여금 법령을 위반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3조 제2항 ‘선거관리위원회는 법령을 성실히 준수함으로써 선거 및 국민투표의 관리와 정당에 관한 사무의 처리에 공정을 기하여야 한다’에서 명시한 직무를 명백히 유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날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역시 노 위원장을 직권남용, 강요, 직무유기, 헌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대해 정부의 조사 및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전국 곳곳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가 엉망으로 이뤄졌다는 항의가 줄을 이었다.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았다거나, 투표함이 쇼핑백·상자로 부실하다거나, 투표사무원이 참관인을 대동하지 않은 채 투표 봉투를 열어봤다는 등 항의가 잇따랐다.

결국 선관위는 물품 준비 및 동선 관리 등이 미흡했다고 시인하고 사과했다. 투표 준비 측면에서는 △사전에 임시기표소 투표방법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해 선거인이 항의 또는 투표를 거부하거나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지가 담긴 봉투를 바구니·종이가방 등 통일되지 않은 방법으로 투표소로 옮기는 등 물품 준비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투표소가 협소해 확진 선거인과 일반 선거인의 동선이 겹치거나 △일반 선거인의 투표가 종료된 후에도 시설관리인의 거부로 확진자 투표를 투표소 안에서 진행하지 못하거나 △창고 등에 임시기표소를 설치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한 긴급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투표관리 측면에서는 △확진 선거인에게 교부한 임시기표소 봉투에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들어있거나 △투표용지 뒷면에 선거인의 성명을 기재하거나 △확진자의 사전투표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함으로써 선거인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장시간 대기하게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다만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모든 과정에 정당 추천 참관인의 참관을 보장해 절대 부정의 소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부실한 선거 관리를 이유로 선관위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 회장은 “형사범죄가 되려면 선관위의 고의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큰 실수를 하고 무능력했던 것은 맞지만 고의로 확진자 및 격리자 투표를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점은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그럴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희창 법무법인 법과사람들 변호사는 “선관위가 확진자나 자가격리자 투표에 대해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어떤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고, 따라서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다만 시민단체 등 제 3자가 아니라 이번에 선관위의 미흡한 조치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피해 당사자가 있다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은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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