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하루 앞두고 청년층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각 당 후보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부동산 공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 총 4419만7692명 중 2030세대 유권자는 20대 14.9%(659만여명) 30대 15.1%(667만여명) 등 총 30%다. 2030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 당 후보들은 저마다의 청년 부동산 공약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전국에 3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중 30%는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으로 배정하겠다고 했다. 용산공원 인근에 들어설 주택 10만채는 전부 청년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단 구상이다.
이 후보는 청년이 생애최초로 주택을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완화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취득세·등록세도 3억원 이하 주택은 면제, 3억~6억원 주택은 절반으로 줄여줄 예정이다. 월세로 사는 청년의 주거비 부담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적어도 2달치 월세를 되돌려 받도록 공제율을 높이고, 공제 대상 주택가격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세입자가 월세 공제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청년들이 주로 사는 원룸,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에서 불투명한 관리비로 고통받지 않도록 관리·감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5년간 25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가운데 30만가구는 '청년 원가주택'으로 지을 계획임을 밝혔다. 청년 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가구에게 건설원가로 주택을 제공하는 맞춤형 분양주택을 뜻한다. 원가주택은 분양가의 20%만 내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상환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년 이상 거주 후 매각을 원하면 국가에 팔도록 하되, 입주자에게 시세 차익 70%를 보장하는 구조다. 청년 원가주택은 주로 3기 신도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지나는 지역에 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도 이 후보처럼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LTV를 최대 80%까지 완화하는 등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공공주택 200만가구 공급을 약속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생애 첫집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해 수도권에 최대 25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단 구상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이전하고 그곳에 청년과 사회 초년생 1~2인 가구를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단 설명이다. 용산 철도정비창과 구로차량기지에는 청장년층 가구 대상의 주거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심 후보의 공약에는 최저주거 1인당 면적을 현재 14㎡에서 25㎡로 상향해 주거의 질도 강화하겠단 내용도 담겼다.
다만 2030 청년들 사이에선 대선 후보들의 이같은 부동산 공약에 ‘반신반의’를 표하고 있다. 마포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A씨는 “규제를 풀고 아파트를 짓는 것만이 좋은 주거 정책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대부분의 2030 청년들은 당장의 내 집 마련 보다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이들을 위한 집을 짓는다는 공약보다는 임대차 시장에서 이들이 어떻게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권리 보호 등을 강화하는 게 더 우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민심 잡기 위한 정책이 아닌 국가 부동산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현재의 공약들은 당장의 불만들을 잠재울 수 있는, 표를 얻기 위한 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부동산 정책의 경우 단순히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까 집을 지어 주겠다는 공약이 아닌, 청년들이 처한 주거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