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이 유례없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넘겼다. 일각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로 ‘정권교체’ 열망과 ‘여권 대결집’ 등을 언급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5일까지 전국 3500여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투표소를 방문했다.
사전투표율은 36.93%로 지난 19대 대선 당시 사전투표율인 26.06%보다 10.87%p 높았다.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21대 총선 26.69%보다도 10.24%p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호남권의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전남 51.45%, 전북 48.63%, 광주 48.27% 순이었다. 반면 제주(33.78%)와 경기(33.65%) 대구(33.91%) 등에서는 투표율이 낮았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로 각각 사전투표 문화 정착과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 정치 효능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 중 사전투표와 정당의 유리함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데 입을 모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전투표는 지난 2014년부터 전국단위로 적용된 후 최근까지 투표율이 상승해왔다”며 “대선끼리 비교해보면 사례가 지난 19대 밖에 없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때문에 건강할 때 투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왔을 수 있다”며 “사전 투표율이 최종 투표율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율이 각 당에서 서로 유리하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수의 단일화로 인한 ‘정치교체’ 강화와 ‘진보 대결집’ 이야기는 여론 조성용 이야기”라며 “투표를 개표할 때까지는 측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 교수는 “대선 평균 투표율이 74.99%이고 80% 투표율은 넘겨본 적이 없다”며 “최종 투표율은 75~76% 정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높은 사전 투표율의 이유로 ‘정치 효능감’과 ‘사표 방지 심리’ 등을 꼽았다. 최 평론가는 “촛불 시위 이후에 사람들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됐고 내가 움직여서 정치 행위를 하면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자신의 표가 사표가 안되길 바라는 심리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층은 윤 후보가 불안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이 후보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불안감도 추가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종 투표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투표율이 80%대를 넘긴 적이 없다”며 “78.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로 ‘사전투표 캠페인’과 ‘사전투표 일상화’ 등을 꼽았다. 실제로 사전투표 제도가 적용되면서 많은 유권자들이 미리 투표를 하고 선거 당일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정착됐다. 특히 선거 당일에는 각종 SNS에서 투표인증과 함께 놀러갈 만한 곳 등을 추천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장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결사적으로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며 “거기에 사전투표 일상화가 겹치면서 높은 사전 투표율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호감 대선과 각 당 지지층이 상대 후보에 반발하는 마인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각 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사전 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할 때는 20~30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일 때”라며 “최근 20~30대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아져 있어 예측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별로도 호남이 사전투표율이 높지만 타지역에서는 지속해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총합을 보면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종 투표율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투표하겠다는 응답에서 10%를 빼면 실제 투표율과 비슷하게 집계된다”며 “평균 85%의 응답률을 고려하면 75~77% 정도의 총투표율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