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김만배 씨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사실상 대장동 의혹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공격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녹음파일 공개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 6일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 씨가 검찰 수사 직전인 작년 9월 지인과 나눈 대화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지난해 9월15일 김 씨가 대장동 사업을 진행해 온 과정이 담겼다. 아울러 최근 논란 중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검찰의 수사 봐주기 의혹 등에 관한 김 씨의 발언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부산저축은행 관련자 조우형 씨를 박영수 변호사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조 씨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1000억원 이상을 대출한 부산저축은행을 수사할 당시 브로커 의혹을 받아 수사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또한 박 변호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로 활약할 당시 윤 후보는 소속 검사였다.
그동안 윤 후보가 박 변호사와의 관계를 고려해 조 씨를 봐줬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인 셈이다.
김 씨는 해당 녹음 파일에서 “그냥 봐줬다.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켰다”고 했다.
해당 파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김 씨의 평가도 존재했다. 김 씨는 “처음에 한 20명한테 팔기로 했다. 그런데 하나도 안 팔렸다. 왜냐하면 성남시가 너무 자기들한테 유리하게 공모 조건을 만들었다”라며 “(성남시에서) 3700억원 선배당 받아하겠다니까 법조인들이 안 한다고 했다. 원래 천화동인은 다 팔 계획이었다”라고 돌아봤다.
또한 “땅 값이 올라가니까,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등등을 해서 내가 욕을 많이 했다. 공산당 같은 새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민주당 측은 즉각 반응했다. 이들은 대장동 의혹의 출발이 결국 윤석열 후보였다고 해석했다. 대장동 사업의 시작점이라고 평가받았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에 윤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를 겨냥해 “이제 범인이 밝혀졌다. 불법 비리를 눈감아준 자가 대장동 특혜의 씨앗이자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윤 후보 부친의 집을 김 씨의 누나가 구입한 것 역시 절대 우연일 수 없다”라며 “윤 후보와 김만배, 대장동이 어떻게 엮어져 있는지, 왜 김만배는 ‘내가 입 열면 윤석열은 죽는다’고 했는지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혜련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브리핑을 열고 “김 씨는 이 후보에 대해 ‘사업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많이 괴롭힌 사람’이라고 했다. 이 시장의 공공이익환수 조건이 까다로워 ‘안 팔렸다’고 실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누명 씌우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그분’ 운운하며 이 후보에게 ‘누명 씌우기’로 일관했다. 사실관계가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다.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녹취가 조작됐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선거 막판 패색이 짙어지자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정치조작‧여론조작을 무차별적으로 자행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권 본부장은 “시점도 맞지 않고 조작한 녹취록을 이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하고 유포하고 있다. 그가 대선 막판 흑색선전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5년 전 여론조작의 악몽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번 대선에서도 대형 커뮤니티에 침입해 추천수를 조작하는 등 표심을 왜곡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와 김 씨는 친분이 없다. 김 씨의 말은 대부분 거짓”이라며 “대장동 게이트가 언론에 보도된 후 검찰 수사를 앞둔 김 씨가 지인에게 늘어놓은 변명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박영수 변호사가 누구에게 변론을 했는지, 조 씨가 누구와 면담하고 조사받았는지 등이 모두 확인되지 않았고, 김만배는 아예 그 자리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강전애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대응사격을 했다. 강 부대변인은 “윤 후보가 언제 어떤 식으로 무엇을 도와 관련되어 있는지는 이 짜고 치는 고스톱 녹취록에서조차 아무 말이 없다”며 “오히려 녹취록을 통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것은 박 모 검사였고 윤 후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해당 대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을 의심하기도 했다. 신 전 위원장은 현재 뉴스타파에서 전문위원으로 근무 중이다.
차승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민주당 비례대표에 언론계 몫으로 출마한 적이 있는 신 전문위원이 대장동 김만배와 2021년9월15일에 대화한 내용을 6개월 동안 보관했다가 대선 이틀 전 공개했다”며 “20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두고 또다시 정치공작성 허위 폭로를 시도했다. 김대업 병풍 사건부터 생태탕 사태까지 정치공작에 신물이 나는 국민들이 이런 허위 폭로에 속을 리가 만무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쿠키뉴스는 7일 뉴스타파 측에 신 전문위원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