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중고자동차 가격 상승율이 이달들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의 장기화로 인해 신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많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8일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전기차 30여개 모델을 대상으로 3월 중고차 평균 시세를 분석해본 결과 전달에 비해 상승세가 꺾였다고 밝혔다.
3월 상승폭이 가장 큰 차종은 ‘SM3 Z.E’로 가격이 전월 대비 5.4% 상승했다. 전달인 2월 최대 30%대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할 때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뒤를 이어 조에, 니로 EV가 전월보다 1.0% 상승한 수준으로 소폭 인상됐다.
중고 전기차 시세가 연초에 급등했던 테슬라 모델3, 모델X, 모델S는 전월 대비 각각 3.7%, 2.1%, 1.2% 등 오히려 감소하며 전기차 하락폭 전망 1~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월 대비 30% 급등했던 모델Y 시세 역시 이달에는 전월 대비 0.8% 감소할 전망이다.
헤이딜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의 경우 쉐보레 올 뉴 말리부가 4.3%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어 르노삼성 QM6가 3.5%, 기아 더 뉴 쏘렌토가 2.9%, 제네시스 G80이 2.5% 떨어졌다.
이에 대해 케이카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유발된 중고 전기차 시세의 강세 흐름이 이달 들어서는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양한 신모델 출시가 예고된 가운데 3월에는 전반적인 시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고, 향후 지역별 보조금 소진에 따라 중고 전기차 가격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중고차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상용차 등을 지금 구매해도 인도를 받는 데 평균 6개월 정도가 걸린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대부분의 차량이 지금 계약하더라도 올해 차량을 받을 수 있을 지 모를 정도다.
차를 빨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인기 차종의 중고차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감가상각으로 가격 하락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일부 인기 있는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들어 중고차 상승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업계는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작년이면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록다운'(봉쇄)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 반도체 부족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차량 부족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