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20대 대선의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 지역색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역구도가 깨질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여야 선대위 예측이 어긋난 셈이다.
여야 대선후보는 각 진영의 텃밭에서 높은 득표를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호남‧경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영남‧서울에서 우세했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로 평가받았던 충청권에서는 두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동쪽은 파란 물결로 물들었다. 이 후보는 80%대, 윤 후보는 10%대를 기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목표했던 호남 ‘30% 득표율’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호남권에서는 △광주 이재명 83.3%, 윤석열 13.7% △전남 이재명 83.7%, 윤석열 13.3% △전북 이재명 82.6%, 윤석열 14.4%로 나타났다.
서쪽에선 윤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가 경북 안동 출신인 만큼 민주당이 기대를 걸었던 대구‧경북(TK) 지역의 30%대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24%대를 기록하며 승리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TK는 △대구 윤석열 72.7%, 이재명 24.0% △경북 윤석열 72.1%, 이재명 24.6%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PK)은 △부산 윤석열 57.8%, 이재명 38.5% △경남 윤석열 57.1%, 이재명 39.0% △울산 윤석열 56.5%, 이재명 39.1%로 조사됐다.
여야가 막판 총력 유세전을 펼친 수도권에서는 승자가 엇갈렸다. 서울(윤석열 50.9% vs 이재명 45.4%)은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 후보의 정치적 본거지인 경기(이재명 50.8% vs 윤석열 45.9%)는 이 후보가 우세했다. 인천(이재명 49.6% vs 윤석열 45.6%)도 이 후보가 다소 높았다.
충청권에서는 두 후보가 박빙이었다. 두 후보가 연고지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 지역이다. 윤 후보는 충남 공주 출신 부친을 언급하며 충청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이 후보도 충북 충주 출신 배우자 김혜경씨를 앞세워 ‘충청의 사위’라고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전(윤석열 48.2% vs 이재명 47.3%), 세종‧충남(윤석열 48.2% vs 이재명 47.2%)은 오차범위(95% 신뢰 수준에 허용 오차 ±0.8%p) 안에서 초접전을 펼쳤다. 충북(윤석열 50.3% vs 이재명 45.0%)은 윤 후보가 강세였다.
이밖에 △강원 윤석열 54.3%, 이재명 41.2% △제주 이재명 52.2%, 윤석열 42.5% 등으로 나타났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대통령 선거는 동서 대결”이라며 “역대 대선에서 전라도는 민주당, 경상도는 국민의힘을 선택해왔다. 지역색이 조금 옅어질 순 있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각 진영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는 이 후보가 도지사를 지낸 만큼 우세할 것이다. 다만 서울에선 집값 폭등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에 윤 후보가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윤 후보의 세제 완화 공약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출구조사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3사와 방송협회가 구성한 방송사 공동 예측조사위원회(KEP)가 실시했다.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입소스코리아 등 3개 여론조사기관이 의뢰해서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사원 1671명이 투표를 마치고 나온 7만3297명에게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