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목련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2-03-14 17:23:42
박용준 원장
‘봄을 환영하는 꽃’이라는 이름으로 영춘화(迎春花)가 있다. 영춘화는 봄에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개나리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봄을 기다리는 꽃’이라는 의미의 망춘화(望春花)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목련이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이란 가사가 아름다운 노래로 인해, 목련하면 하얀색의 목련 즉, 백목련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핑크빛보다는 진하고 빨간빛보다는 은은한 자목련의 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목련을 약재로 이용할 때는 꽃이 피기 직전의 봉오리를 사용하는데,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에 붙어 있는 잔털은 제거하고 그늘에 말려서 사용한다. 백목련에 비해 자목련의 약효가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련의 한약명은 ‘신이(辛夷)’이다. 전설에 따르면 어느 명나라 선비가 코가 심하게 막히고 콧물이 흐르고 코안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는 증상으로 오래 고생하다가 우연히 변방의 한마을을 지나가다 어떤 노인을 만났다. 선비는 그 노인이 어느 한 나무에서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그늘에서 잘 말려 끓인 약을 십여일간 복용한 후 병이 깨끗이 나았다. 선비는 그 나무의 종자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와 나무를 정성스럽게 키워 그 꽃을 따서 자신이 겪었던 병증과 같은 증상을 지닌 환자들을 치료하였다. 그 꽃나무의 이름을 몰라서 자기가 변방에서 그 노인을 만나 도움을 받았던 때가 신해년(辛亥年)이었기에 ‘신해년에 변방에서 얻은 약’이라는 의미로 신이(辛夷)라 부르게 된 것이다. 

신이(辛夷)의 다른 이름으로 꽃 피기 직전의 모양이 마치 붓을 닮았다고 하여 붓 필(筆)자를 써서 목필화(木筆花)라고도 한다. 신이는 풍한두통(風寒頭痛)을 다스리고, 특히 코가 꽉 막혀 두통이 심한 병증인 두통비색(頭痛鼻塞)을 치료한다. 《신농본초경》에는 ‘신이는 인체의 한열을 주관하며, 코가 심하게 막히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얼굴이 검은 증상을 다스린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神農本草經》:「主五臟身體寒熱,頭風腦痛,面墨」 

왼쪽부터 자목련, 백목련, 약재로 쓰이는 목련 꽃봉오리.

여기서 ‘코가 막히어 두통이 심하고 얼굴이 검다’는 표현은 축농증이 심할 때의 병증을 묘사한 것으로, 비염이 심할 때나 축농증으로 고생할 때 신이의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은은하면서도 여유로운 목련꽃의 향은 화장품의 원료로도 각광 받고 있으며, 차(茶)로도 애용된다. 하지만 목련꽃을 너무 뜨거운 물에 오래 담그면 쓴맛이 강해지기에 미지근한 물에 살짝 담그거나, 찬물에 담가 차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봄기운이 어느덧 성큼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이제 곧 피어날 아름다운 목련꽃의 은은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맞이할 준비를 해봐야겠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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