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사랑한 ‘게임 개발자’ 김정주를 기억하며 [게임로그인]

어린이를 사랑한 ‘게임 개발자’ 김정주를 기억하며 [게임로그인]

기사승인 2022-03-17 06:30:02
고(故) 김정주 NXC 이사.   NXC

넥슨의 창업주 故(고) 김정주 NXC 창업주의 별세 소식이 알려진 지 2주가 지났다. 게엄업계는 아직도 김 창업주의 부재로 인한 슬픔에 빠져 있다.

김 창업주의 이름 앞에는 넥슨의 창업주, 국내 3위 자산가, 인수합병의 귀재, 1세대 벤처인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게이머는 여전히 그를 ‘게임 개발자’ 김정주로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2030세대는 한 번쯤 넥슨 게임을 즐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1980~19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대부분 ‘바람의 나라’, ‘어둠의전설’, ‘일렌시아’,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등 넥슨의 황금기를 함께 보낸 경험이 있다. 해당 게임들은 넥슨의 초창기에 출시된 게임으로 김 창업주의 구상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창업주는 1986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그는 당시 일본항공(JAL) 장학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 몇 달간 연수하며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일본 게임산업을 경험하게 됐다.

이후 그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86학번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송재경과 함께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진학했고, 1996년 박사 과정을 중퇴하고 ‘다음 세대의 온라인 서비스’라는 뜻이 담긴 지금의 넥슨을 공동 창업했다. 넥슨을 창업한 두 사람은 그해 바람의 나라를 출시한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그래픽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바람의 나라는 온라인게임 시대의 막을 열었고, 이 성공 이후 넥슨은 다수의 히트작을 연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김 창업주와 넥슨이 만든 이 게임들은 게이머들에게 추억과 낭만을 선사했다. 또한 누군가에겐 게임 개발자라는 꿈을 꾸게 했다. 실제로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비슷한 연배의 게임 업계관계자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어린 시절 넥슨 게임을 하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은 바 있다.

김 창업주는 생전 넥슨을 디즈니와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꾸준히 밝혔다. 넥슨의 창립 이야기가 담긴 ‘플레이’에는 김 창업주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는 “디즈니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회사”라며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디즈니 콘텐츠는 아이를 쥐어짜지 않는다”며 “아이와 부모가 한참 줄 서서 디즈니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다”고 말했다.

게임계의 디즈니를 꿈꾸던 김 창업주는 지식재산권(IP)과 콘텐츠 확대를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특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그의 탁월한 안목이 큰 역할을 했다. 넥슨은 2000년대 초중반에는 위젯 스튜디오와 네오플을 인수해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IP를 확보했고, 2010년에는 게임하이를 인수해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어택’까지 자사 IP로 편입했다. 해당 게임들은 지금까지도 넥슨 최대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시장 영향력 강화를 위한 시도도 꾸준히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넥슨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1조8000억원이란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본업과 다른 사업에 진출해 외연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반다이남코홀딩스·세가사미홀딩스·코나미홀딩스·해즈브로 등에 총 8억7400만 달러(약 1조원) 투자를 단행했고 글로벌 IP 보유사들과 영화·드라마 제작에도 나섰다.

올해 초엔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엔드게임’을 제작한 세계적인 영화감독 루소 형제와 프로듀서 마이크 라로카가 설립한 미국 AGBO스튜디오에 총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콘텐츠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디즈니를 롤모델로 삼았던 김 창업주는 그 누구보다 미래세대를 위해 힘썼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에 열정을 보였다. 넥슨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컴퓨터박물관인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열었다. 제주도에 위치한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어린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컴퓨터·게임 관련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비롯해 도서·영상·자료를 통해 어린이들이 관심 분야를 건전하게 체험하고 탐구할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2000년대부터는 소아 병동을 방문해 ‘넥슨 작은책방’을 설립하고 장애 어린이 재활 치료 및 자활을 지원하는 어린이 재활병원 4곳에 재원을 보탰다. 2014년에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200억원을 보탰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어린이들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에 독립된 자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료+사회+직업' 재활을 연계한 '장애어린이 전인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엔 2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인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100억원의 기금 기부를 약정하며 수도권 외 지역의 어린이들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대전충남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정헌 넥슨 코리아 대표는 김 창업자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후 ‘김정주 사장님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사내 공지를 남겼다. 그는 "이 사회에서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도 고인의 생각이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여정에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면서도 “저와 넥슨 경영진은 그의 뜻을 이어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더 사랑받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창업주는 영면에 들었지만, 넥슨은 그의 꿈과 의지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게임 기자가 되기 앞서, 어린 시절 넥슨게임을 정말로 좋아했던 한 명의 게이머로서 김 창업주의 별세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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