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퇴진론’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수습하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윤호중 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대선 패배 이후 당 재건 칼자루를 쥔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아저씨들 왜 그러나”… 거침없는 쓴소리
박 비대위원장은 17일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가 공개한 ‘라이브 편집본’ 영상에서 “진짜 이 아저씨들은 왜 그러나”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해당 인터뷰는 박 비대위원장이 공동비대위원장직을 맡기 전인 11일 진행된 녹화다.
최근 안희정 전 지사의 부친상에 여권 인사들이 조문하고 조화를 보낸 것과 관련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에 합류한 이유로 당내 선출직 인사의 권력형 성범죄로 씌어진 ‘더불어만진당’이라는 오명을 벗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더불어만진당’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며 “거대 의석을 가진 정당인데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맞나 하는 생각으로 들어왔다. 변화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쓴소리는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첫 공식 활동부터 이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첫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과 차별이 눈에 드러났다. 그것을 부동산, 젠더, 능력주의로 나누며 욕 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은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갈라치기를 종용하고 부추기고 차별과 배제가 시대의 과제인 것처럼 쫓아가기 바빴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등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안온한 대처를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권력형 성범죄와 성비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고 2차 가해에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사과하겠다며 입을 열기까지에도 수년의 시간 걸렸는데 그조차 180석 중 반의반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입을 열었다”고 질타했다.
이미지 쇄신 ‘키’ 쥔 박지현
정치권 경험이 없는 20대를 비대위원장직에 인선한 것은 민주당으로선 환골탈태를 위한 회심의 카드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력이 이를 증명한다.
1996년생인 박 비대위원장은 이른바 ‘n번방 사건’을 공론화 한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성범죄의 실태를 알렸다. 이후 2020년6월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대응 추진단에 합류하며 공동추진단장이었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인연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대선 캠프에 합류해 막판 여성들의 표심을 결집하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서 첫 공식 활동부터 △성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도입 △청년·여성 공천 확대 △정치권 온정주의 근절을 약속하며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성비위와 성폭력 문제는 성별로 나눌 수 없는 인권유린 폭력의 문제”라며 “다가오는 지방선거 공천 기준에도 엄격 적용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뿐만 아니라 “당 소속 당직자, 보좌진들의 성비위 발생 시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젠더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당내 시스템도 갖추겠다고 했다. 그는 “성인지 교육, 장애 인식과 다문화 교육 등 인권 교육을 이수케 하고 이를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청년‧여성 정치인 육성을 위해 공천 시스템도 손보겠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절대다수가 기성 남성인 정치에서 여성과 청년,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을 순 없다”며 “가산점이나 할당제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에 더 많이 도전하고 기회를 가지며 활약할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정치 세대교체를 이끌 적임자라는 기대와 보여주기식 인사라는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홍서윤 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은 18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커리어에서도 보듯 젠더 감수성이 높고 확고한 기조가 있기 때문에 이미지 쇄신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의도 문법에 능한 정치인은 아니기 때문에 우려도 존재한다”면서 “장단점이 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훨씬 더 반영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공천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홍 대변인은 “세부적인 논의가 아직 진행되진 않았다”면서도 “여성‧청년 등 젊은 정치인들이 발굴돼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있었다. 이전엔 이러한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 이번엔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자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