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민 대통령 당선인 정무특보가 청와대 이전을 두고 제왕적 권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민주공화국 내 ‘자유와 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군주적 대통령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정무특보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와 공화의 정체성 위에 세워진 나라”라며 “약자와 강자가 같은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공존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이 청와대만 들어가면 통치행태가 제왕?군주적으로 변했다”며 “법 앞에 평등은 없었고 그 위에 절대 권력이 군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퇴임 후 자유의 몸으로 활동하는 것에 실패했다”며 “그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 부재와 부정부패였다”고 분석했다.
두 가지 이유에 대해 청와대가 가진 환경을 지적했다. 장 정무특보는 “어떤 대통령이 선출돼도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 언론 등과 소통 부재에 빠지게 된다”며 “청와대라는 공간 구조 자체가 고립적이기 때문에 친화력을 유지할 수 있는 소통 공간구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액튼 경의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인용했다. 그는 “구조상 절대 권력이 성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부정부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발생해 퇴임 후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집무실로 삼지 않겠다는 것은 폐쇄적 환경구조와 그 때문에 실패한 ‘불통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불통으로 실패한 대통령들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하는 전문이다.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곧 민주와 공화의 정체성위에 세워진 나라라는 의미이다. 민주공화국은 힘있는 강자만이 생존할 수 있는 약육강식의 사회도, 노예와 농노로부터 귀족에 이르는 카스트 사회(신분계급사회)도 아닌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차별없는 세상을 지향한다. 소위 작고 유순한 동물인 양과 크고 사나운 사자가 똑같은 권리와 자유를 누리며 공존하는 세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평평한 차별없는 세상을 표방해 온 우리의 헌정사는 그 역사가 울퉁불퉁했고 법 앞에 평등은 없었다. 법 위에 절대권력이 군림했고 그 권력의 주체는 바로 제왕적 대통령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민주적 대통령제보다는 군주적 대통령제에 훨씬 가깝다. 통치 체제의 형식만 민주적 과정과 절차의 옷을 입었을 뿐 그 내용과 실제는 오히려 독재에 가깝다.
그럼 왜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청와대만 들어가면 그 통치행태가 제왕적 군주로 바뀌는 것일까? 왜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가?
대한민국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의 문제를 오랫동안 관찰해 온 한 사람으로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들이 청와대로부터 퇴임 이후 자유의 몸으로 활동할 수 없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지 그 결정적 요인을 다음의 두 가지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청와대로 들어간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실패한 첫번째 이유는 바로 '국민과의 소통부재' 때문이었다.
명령체계에 길들여진 군부권위주의 대통령이든, 시민과의 소통에 익숙한 민주화 대통령이든 일단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민 및 언론과의 소통부재 환경에 빠지게 된다. 청와대라는 공간구조 자체가 매우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왕권적 건축양식이어서 일단 시민, 언론과의 친화력을 유지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구조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이는 설령 대통령이 본관에서 비서동으로 내려와 집무를 보면서 비서들과의 소통문제를 해소하더라도 국민과의 소통은 완전 단절일 수 밖에 없는 곳이 청와대의 지리적 위치이다.
일종의 왕궁과 같아 외부적 위협으로부터 방어적이며 봉쇄적인 불통의 지형이다. 이는 냉전체제의 권위주의 대통령들이 북한의 위협과 민주화 세력의 저항으로부터 자신들의 체제방어와 신변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고립된 장소에 들어가면 누구나 외부세계와 단절로 이어지며 이는 곧 국민불통으로 직결된다.
퇴임 이후 청와대를 나온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유인으로 활동한 유일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결정적 요인은 바로 국민과의 소통에 능통했고 언론과의 소통에 형통(亨通)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청와대라는 폐쇄적 공간구조가 의식구조에 미치는 불통의 환경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결같이 국민소통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를 집무실로 삼지 않겠다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 짜여진 폐쇄적 환경구조와 그로 인한 실패한 불통의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강력한 의지와 신념이다.
또한 3만불 민주주의 시대에 맞는 열린 공간 구조속에서 국민과 더불어 호흡하며 소통하는 개방된 미래 대통령상을 지향하려는 몸부림이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로부터 용산으로 대통령의 집무공간을 이동시키려는 의지는 청와대라는 폐쇄적인 터의 문제를 넘어서서 그 폐쇄적 터가 강제하는 '불통의 시대'를 청산하고 이제 3만불 민주주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의 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이다. 이는 청와대라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불통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소통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시대정신'의 문제이자 '가치'의 문제이다.
이런 소통의 길을 걷겠다는 윤 당선인의 노력은 언론과의 일문일답을 넘어서서 통의동 사무실 앞에 보다 나은 언론의 취재환경을 위해 직접 장소를 물색하며 천막을 치게 한 현장답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윤 당선인의 소통의 몸부림은 역대 그 어떤 인수위원회에서도 없었던 전무한 일이다. 미국의 대통령제 민주주의가 성공하고 한국의 그것이 실패했던 그 요인은 결국 대통령의 소통능력에서 결정된다. 백악관을 드나드는 미국의 대통령들은 수시로 백악관 정문 앞뜰에서 언론과 소통하고 그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청와대로부터 용산으로 옮기겠다는 깊은 뜻은 바로 이제 우리나라도 불통의 실패한 대통령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시이다.
청와대로 들어간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실패한 두번째 이유는 '부정부패'였다.
이는 영국의 유명한 액튼 경의 말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에서 드러났듯이 그동안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권력이었다. 이는 과거 우리의 현대정치사가 잘 말해주듯이 대통령의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할 수 밖에 없었다.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와 측근들의 국정농단, 형제자매, 아들딸, 며느리, 사돈을 포함한 심지어 가신집단과 문고리 권력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대통령들도 권력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은 최대의 폐해였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통치에 실패한 이유는 곧 측근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윤 당선인은 평생을 검사로서 부정부패의 파수꾼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에 목마른 국민들이 그를 찾아 불러냈고 결국 255일만에 대통령에까지 당선시키는 놀라운 정치적 승리의 전적을 쌓았다. 이것 또한 한국현대정치사에서 단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희귀한 기록이다.
윤 당선인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국민통합, 민주주의, 미래를 지향하는 공정한 대한민국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보다 공정한 구조로 바뀌길 꿈꾸고 있고 투명하고 공정한 나라만이 부정부패가 들끓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평생을 부정부패와 싸워왔다. 그가 청와대를 내려 오겠다는 의지도 결국 권력부패의 온상인 제왕적 대통령제로부터 탈피하여 자신의 권력기반을 보다 투명하게 국민들께 보여주고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는 자기결의이다.
그는 지금 역대 제왕적 대통령들이 차고 앉았던 힘있는 장소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장소지만 국민에게 힘이 되는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에 의해 한국의 대통령사는 '청와대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다. 그는 분명 새로운 길, 대한민국이 꼭 가야만 할 미래의 길을 걷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