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페이·업무 과다 ‘대학생 인턴’…개정안으로 바뀔까 [쿠키청년기자단]

열정페이·업무 과다 ‘대학생 인턴’…개정안으로 바뀔까 [쿠키청년기자단]

무급노동, 열정페이 문제 눈에 띄게 개선
실습지원비 증가로 중소기업 부담 커져
현장실습 참여 기업 줄어들 우려도
대학은 학생 보호하는 안전망 구축해야

기사승인 2022-03-24 09:27:22
“산학 인턴으로 일할 때 달마다 50만원을 받았어요. 인턴 기간 종료 후 회사가 요청해서 계약직으로 일할 때는, 업무 내용은 그대로였지만 월급은 200만원으로 올라갔어요”

고모(25)씨는 지난 2020년 웹 드라마·예능 제작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주5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했다. 당시 최저임금은 8590원. 주 근로 40시간과 유급 주휴 8시간을 포함하면 179만5310원의 월급을 받아야 한다. 고씨가 받은 50만원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는 “세전, 세후 개념도 없이 모집 공고에 월 5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주휴수당이나 식대도 없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재학 중인 대학교와 기업의 협력체인 산학협력단을 통해 인턴 모집에 지원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흔히 산학 인턴이라 불리지만 정확하게는 현장실습프로그램의 실습생이다. 현장실습 프로그램은 정부가 지난 10년간 대학과 기업 간의 협력을 북돋우기 위해 꾸려온 사업의 일환이다.

학생은 실무 능력을 쌓는 동시에 학점과 수입을 얻고, 기업은 맞춤형 인재를 발굴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열정페이 등의 여러 애로사항이 드러났다. 중앙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산학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데 한 달 내내 야근을 했고 수당도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졸업을 위해 참으려고 했지만, 결국 그만뒀다고 댓글로 전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대학생 현장실습학기제 운영규정을 개정해 바로잡기에 나섰다. 교육부가 발표한 운영규정 매뉴얼에 따르면, 그간 많은 학교가 실습기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업에 현장실습 참여를 부탁해야 했다. 이로 인해 해당 제도가 기업이 학생을 받아주고 학점을 주는 제도로 저평가됐다. 열정페이 등의 노동문제가 발생해도 실습기관은 “학생을 받아주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정을 통해 실습생들에게 월급과 다름없는 실습지원비에 관한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실습시간에 직무 수행 시간 비율과 최저임금을 곱한 금액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 기업은 총실습시간 중 10%는 직무 관련 교육시간으로 배정해야 한다. 여기에 실습지원비 산정 시 운영규정에 따라 보장되는 휴일은 유급휴일로 처리한다.

지난달 중앙대학교 현장실습 통합관리 시스템에 올라온 133개의 기업 공고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월 140만 원 이상의 실습지원비를 제공한다. 그밖에도 중간점검을 강화하는 등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만으로 현장실습의 고질적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기업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모(23)씨는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해 하반기 코스매틱 브랜드에서 현장실습 인턴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산학 인턴의 경우 학점 이수에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계약 기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얘는 어떻게 해도 못 떠날 애’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무 역량을 쌓기 힘든 단순 심부름만 하거나 정직원에 버금가는 중대한 업무를 해도 학점이 걸려있으니 중도 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취업난도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인턴은 스펙을 쌓을 귀한 기회다. 기업의 조건이 열악해도 학생들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고씨도 “50만원을 주는 줄 알면서도 인턴 구하기 어려운 걸 아니까 그냥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현장실습 당시 업무량이 많았는데 직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니까 좋게 생각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기업의 실습지원비 부담이 높아져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최용석 중앙대학교 창업교육지원센터 센터장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실습지원비 관련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 “중견기업, 대기업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지방에 있는 대학은 어려움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김시원 쿠키청년기자 svv0316@gmail.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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