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Forsythia koreana)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개나리(Forsythia koreana) [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박용준 (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기사승인 2022-03-25 18:10:19
박용준 원장
코로나가 유행하기 십년이 앞선 시기인 2011년에 컨테이젼(Contagion)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전염’, ‘감염’이라는 의미의 제목인 이 영화에서는 마치 코로나 대유행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안게 아닌가 할 정도로 비슷한 상황을 묘사한다. 정체불명의 감염병이 빠르게 퍼지고 사람들은 마냥 불안해하고, 각 정부기관들이 사태를 수습하려 애쓰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만 되어가는 과정이 사실감 있게 묘사된다. 

상영된 지 십년이라는 간극을 넘어 이 영화는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지금을 묘사한 예언적 영화라고 소문이 나면서, 각종 영화 채널과 방송 등을 통해 최근에도 재방영되어 놀라운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전대미문의 유행병을 막을 치료약과 백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러 기관과 연구소, 대학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 중 치료약으로 가능성 높은 물질의 하나로 개나리가 연구되는 설정이 나온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개나리에서 유효한 치료 성분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시행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 와중에 불안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가짜약으로 개나리 시럽을 악용한 사례도 발생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치료약 성분을 얻는데 성공하지 못하지만, 왜 가상적인 전염병을 다룬 상황에서 구체적인 실제 식물인 개나리를 언급한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봄이면 개나리는 우리 주변의 들판은 물론이고, 멀리 유럽의 곳곳에서도 아름다운 노란 색의 꽃을 피워 낸다. 유럽 여러 나라를 관통하여 흐르는 다뉴브 강변에서도 개나리 꽃이 아름답게 만개한 모습을 뉴스나 방송을 통해 종종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아시아와 유럽 모두에서 흔한 개나리의 원산지는 원래 어디일까? 

다뉴브 강변에 핀 개나리(왼쪽)과 연교(連翹).

연구에 따르면, 개나리는 원래 한국과 중국 등 극동 아시아에서 자생하던 식물로 유럽으로 넘어간 것은 1800년대 중후반 때의 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경제적인 가치가 엄청났던 차(茶)는 중국 내륙에서 재배되어 전세계로 팔리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중국의 신비를 담은 차(茶)를 중국 내륙에서 빼돌려 홍콩을 통해 영국, 그리고 유럽 각지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영국의 식물학자인 로버트 포천(Robert Fortune)이다. 

우이산맥을 비롯한 여러 중국의 차 재배지를 목숨을 건 세 차례의 험난한 여정을 통해 로버트 포천(Robert Fortune)은 차의 종자와 묘목, 그리고 제조법을 빼돌릴 수 있었다. 이는 영국의 경제를 바꾸고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큰 사건의 알림점이 되었다. 포천이 빼돌린 차나무는 인도 히말라야 부근에서 개량 재배되어 오늘날 유명한 아쌈 홍차(Assam)나, 다질링 홍차(Darjeeling tea)등의 품종으로 인기가 높다. 인도에서 차 재배에 성공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중국이 아닌 영국이 만든 차를 구매하게 되고, 한 세기가 되기도 전에 인도산 차가 중국 차 생산량을 앞지른다. 

영화 컨테이젼 포스터.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포천은 평범한 농사꾼 집안 출신이었지만, 식물학자로 성공하고자 하는 야심이 있었다. 포천은 중국을 탐험하는 동안 차 뿐 아니라, 그 당시 유럽에 알려지지 않았던 진달래, 국화, 대나무 그리고 개나리도 유럽으로 옮겨가는 일을 한 것이다. 

포천은 학문적 지식은 깊지 않은 상태였지만, 자신의 업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인정받아, 영국왕립원예협회의 후원으로 이런 일들을 행해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중국 탐험을 가능하게 도와준 영국왕립원예협회에 고마운 마음으로 영국왕립원예협회의 초석을 이룬 윌리엄 포시쓰(William Forsyth)를 기려 개나리의 학명에 포시쓰의 이름을 넣어 오늘날 개나리의 학명에 Forsyth가 붙게 된 것이다. 그 후 개나리는 유럽 각지로 퍼져 오늘날 다뉴브 강변 등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럽으로 퍼져나간 개나리의 인기는 민간 의료영역으로도 전승되어 기침이나 감기, 특히 심한 인후통을 동반한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는 약용식물로서 사랑받게 된다. 그래서 이런 영향으로 인해, 영화 컨테이젼에서 개나리가 치료약의 가능성으로 연구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개나리의 한약명은 연교(連翹)로 개나리의 열매가 익기 직전에 채취해서 잘 말려서 사용한다. 금나라 때의 의학서인 《진주낭(珍珠囊)》에는 ‘연교는 크게 세 가지 작용을 지니는데 그 첫째는 심장을 지나는 경락의 열을 제거하고, 둘째는 상체로 몰린 모든 열을 다스리며, 마지막으로 각종 종기와 염증 질환을 다스리는 성약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連翹之用有三:瀉心經客熱,一也;去上焦諸熱,二也;為瘡家聖藥,三也。」 

비록 영화에서는 실패했지만 개나리를 이용해 시럽이나 차를 만드는 방법은 이 영화 이후 더욱 인기를 얻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개나리의 약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검색해서 정보를 얻으면 좋을 것이다. 곧 우리 들판과 학교 화단 등을 아름다운 노란 색 꽃으로 물들일 개나리가 어서 빨리 만날 수 있기를 기다려보게 되는 요즘이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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