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말소로 존폐위기에 놓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총은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를 위해 현대산업개발은 내부 인적 쇄신 등을 통해 안전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은 독립적 지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를 수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9일 제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상정된 안건을 살펴보면 ▲유병규 대표이사·정익희 대표이사 겸 CSO의 사내이사 선임 ▲권인소 카이스트 교수 사외이사 선임 ▲지속가능경영체계에 대한 전문(前文) 신설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반영 등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건 등이다.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최근 광주에서 일어났던 두 번의 사고로 인해 너무나 큰 실망을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뼈아픈 반성과 엄중한 책임감으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환골탈태하는 각고의 노력으로 소비자와 주주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 전 외부에서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다. 참여연대 등은 현대산업개발 주총이 열리는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사고를 야기한 현산은 정몽규 회장 사퇴 선언 외에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왔다”며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 안전보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안전보건책임을 맡고 있는 정 CSO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경영진과 총수와 의견이 충돌하는 안전 관리 이슈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유인이 약화될 수있다”며 “안전보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가로 선임해 독립적·객관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경구 현산 대표이사를 지주회사인 HDC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과 권인소 현산 사외의사의 연임 안건에는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광주 학동·화정 참사로 발생한 인명피해와 기업가치의 손실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실적 쌓기를 위해 추진해온 무리한 원가절감과 공사기간 단축, 안전관리체계 미비 등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현산 주주총회 이사 선임안을 살펴보면 참사에 책임이 큰 이사들이 재선임 되거나 지주회사 이사로 영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며 “이는 피해자들과 그 가족을 모욕하고 주주들을 기망하는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이어 지난 1월 광주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붕괴 사고를 일으켜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현행법상 가장 강력한 처분인 ‘등록말소’를 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에 요구해놓은 상태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6개월 내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