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민간주도의 대규모 공급이 가능해졌지만 건설업계는 맘 편히 웃을 수 없다. 계속되는 금리 오름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자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건설업을 향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연일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공약으로 임기 내 250만가구 공급을 내걸었다. 이중 200만호는 △민간 주도 주택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공급이다. 건설업계에서는 큰 호재인 셈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 분양사업의 중도금 대출 보증 등으로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금리가 오를 경우 그만큼 갚아야할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의 경우 경영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해나가고 있는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장단기 차입금 규모는 약 8196억4584만원이다. 이는 전년도(2020년) 전체 차입금 규모(4196억9378만원)보다 95% 늘어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차입금이 높다는 건 결국 갚아야 할 돈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최근 계속되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경영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자심리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금리인상 추세에 따라 계획을 취소했다. 회사채란 기업이 자금을 모집하려고 일반 대중에게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통상 기업은 이자율이 낮을 때 기존의 회사채를 상환하고 낮은 이자율로 회사채를 발행해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일례로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은 연초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시장 상황을 주시하기로 하며 관련 계획을 중단한 상태다. 또한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SK에코플랜트와 한화건설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거뒀다.
국제원유 가격과 원자재 시장도 불안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한 유가와 유연탄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건축물은 지난해 대비 1.5%, 일반 토목시설은 3% 가량 생산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인해 이자도 늘고 투자심리도 위축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자재 수급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당선인의 민간주도 개발은 물론 좋은 소식이지만, 아직 수익성으로 연결된 바가 전혀 없어 현재로썬 불확실성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